경제·금융

불황속 명품족 옥석가리기

“저희 브랜드는 경기 때문에 더 팔리고 덜 팔리지는 않거든요.” 동대문시장부터 이른바 `명품`으로 분류되는 수입가지 브랜드까지 손님의 발길이 뜸해질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같은 때에도 여유 있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웬만큼 `쓴다` 하는 소비자들도 잘 엄두가 나지 않는 초고가 명품들. 수천만원에서 비싸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가격표를 붙인 제품들이 즐비한 초고가 브랜드들은 초토화되고 있는 내수시장의 틈바구니에서 진짜 `큰손`들을 상대로 여느 때보다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하얏트호텔에서는 일본의 한 초고가 주얼리 업체의 국내 진출을 앞둔 전시 이벤트가 제법 큰 규모로 열렸다. 제품 하나에 싸게는(?) 500만~600만원, 비싸게는 10억원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가격대. 2년 전부터 출시가 거론돼왔는데 하필이면 이런 불황기에 시장진출이라니. 하지만 회사측 반응은 담담하다. “경기가 안 좋다고는 하지만 워낙 가격보다는 품질을 중시하는 고객층이 주가 되니까 크게 영향은 받지 않을 거예요.” 실제로 매장을 둘러보는 나이 지긋한 손님들 가운데 즉석구매 상담도 꽤 많았다고 한다. 제품의 평균단가가 2,000만~3,000만원이라는 해외 초고가 시계 브랜드도 최근 새롭게 여성용 라인을 선보이며 런칭 행사를 가졌다. 한건만 매출이 일어나도 수천만원이 왔다갔다 하는 이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최고소득층이 고객이어서 요즘에는 매출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며 `명품 불황`을 일축했다. 세계 일류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도 국내 진출 8개월 만인 요즘 들어 돌연 국내 홍보활동을 시작했다. 이들 브랜드가 상대하는 것은 귀족을 꿈꾸는 서민이 아니라 `진짜 귀족`이다. 큰 마음 먹고 돈을 모아서 수입 명품 핸드백 몇 개 들어보는 허울 좋은 명품족들은 신용카드 위기와 오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불황기에도 초연하게 초고가 명품을 두를 수 있는 것은 진짜로 돈 많은 극소수뿐. 귀족들 사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이뤄지는 셈이다. 수입 명품에 목 매는 소비의 거품이 꺼지는 것은 바람직하겠지만 귀족이 되고픈 서민들의 꿈이 일장춘몽으로 끝나는 현실이 왠지 씁쓸하다. <신경립기자(생활산업부) kls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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