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자회사 직원들이 정보 유출
3명 체포…정보가치 높이려 언론 제보등 치밀함 보여온라인 중심 손배訴 움직임…회사측 "책임 통감" 사죄
맹준호기자 next@sed.co.kr
김홍길기자 what@sed.co.kr
1,100만여명의 사상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일으킨 용의자들은 GS칼텍스의 고객정보 데이터베이스(DB)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내부 직원들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7일 GS칼텍스의 콜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자회사 직원 정모(28)씨, 정씨의 고교동창 왕모(28ㆍ회사원)씨, 그리고 왕씨의 후배 김모(24)씨 등 3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정씨 등이 빼낸 고객정보를 엑셀 파일 형태로 정리하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로 자회사 여직원 배모(30)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GS칼텍스의 고객정보 DB 접근 권한이 있는 정씨는 검거된 왕씨ㆍ김씨 등과 미리 범행을 모의한 뒤 지난 7월 한달간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에 GS칼텍스의 고객 1,100만여명의 주민등록번호ㆍ성명ㆍ주소ㆍ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다운로드받아 같은 사무실 직원 배씨를 통해 이를 엑셀 파일로 정리한 뒤 DVD 6장을 제작해 판매경로를 탐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돈을 노린 해커들의 소행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은 1,100만건이 넘는 고객정보를 다루는 대기업 직원의 도덕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정씨 등이 개인적인 빚 등으로 돈이 필요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언론을 통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 해당 정보의 활용가치가 높아져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판단, 회사를 상대로 협박하려다 방법을 바꿔 먼저 언론사에 유출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씨ㆍ왕씨로부터 언론제보를 부탁받은 김씨는 2일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기자 2명과 방송사 외주제작사 PD 등 4명을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나 '개인정보가 담긴 DVD를 쓰레기통에서 주웠다'며 고객정보가 담긴 DVD 원본 4장을 건넨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이번 사건은 GS칼텍스 본사도 아닌 자회사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고객정보를 통째로 빼낼 수 있다는 점에서 대기업의 허술한 정보관리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실제 정씨는 자신의 컴퓨터로 수차례에 걸쳐 고객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등을 내려받고 이를 다른 동료를 통해 엑셀 파일로 정리했음에도 회사로부터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회사의 과실 유무에 대한 수사도 병행하고 있다.
정씨 등은 빼낸 정보를 인터넷 검색을 통해 중국에서 수요자를 찾아 넘기려 판로를 모색했으나 실제 접촉한 대상은 없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정보들이 이미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해나갈 방침이다. 경찰은 또 이들이 밝히고 있는 범행 동기가 불분명한데다 1,100만명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유출하려 했다는 점에 서 또 다른 공범이나 배후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1,000만명이 넘는 GS칼텍스 고객정보 유출사건이 GS칼텍스 자회사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동국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법률사무소 카페에서 GS칼텍스의 정보유출에 대한 소송인단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직원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CD에 복사해 유출한 것으로 이미 발견된 CD 이외에 다량의 CD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므로 회원들의 피해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1인당 200만원으로 착수금 2만원을 입금하면 소송인단으로 가입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GS칼텍스는 2월 인터넷 쇼핑몰 옥션을 시작으로 하나로텔레콤과 LG텔레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이어 고객정보 유출 사고에 따른 집단소송에 시달리게 됐다.
한편 GS칼텍스 측은 이날 공식 사죄문을 내고 "고객의 정보를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거듭 사죄한다"면서 오는 10월 말까지 DB의 암호화를 조기 완료하는 등 재발방지 약속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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