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부동산] 기고-전원주택시대 열린다
필자가 살고있는 북한강변 무너미 마을에서는 겨울이면 마을 사람들이 꽁꽁 얼어붙은 북한강을 그냥 건너 다녔다고 한다. 그럴때 사람들이 꼭 들고 가는 것이 긴 장대였다.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꽁꽁 언 얼음장이라 하더라도 그 밑으로는 강물이 흐르고 있고 그 중에서도 흐름이 센 곳은 살얼음만 살짝 덮혀 있어 무턱대고 건너다가는 그냥 얼음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얼음장 밑으로 강물은 흐르듯이 겉으로 드러나 경기가 아무리 썰렁하더라도 시장을 움직이는 흐름은 있다.
아파트시장이 그 흐름을 주도하는 시대는 이미 갔다. 이제는 시장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아파트 수요의 가장 큰 동인(動因)이었던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 현상은 막을 내리고 있다. 99년말 현재 전국의 주택보급률이 93.3%에 이르고 있고 일부지방은 이미 100%에 도달해있다.
2년후면 가구수 대비 주택재고량이 100%에 이르러 수요자체가 한계점에 이른다. 물론 주택보급률이 100%에 달하더라도 재건축ㆍ재개발에 따른 멸실주택이 연간 10만가구, 분가 등에 따른 가구수 증가가 연간 20만가구로 30만가구의 신규 수요는 상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본수요가 충족되면 주택가격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하는 가수요가 사라져 예전처럼 아파트가 돈덩어리가 되는 시대는 오지 않는다. 결국은 시대 조류가 시장의 흐름을 좌우하게 된다.
그 첫번째 변수는 정부 정책의 기조다. 올해부터 시작된 제4차 국토종합계획중 주택부문을 보면 현재 연간 신규공급량의 90%를 차지하는 고밀도 아파트 비중이 5년 단위로 10%씩 하향조정돼 쾌적한 환경의 저밀도 단독주택으로 대체된다.
국토계획상의 향후 20년간 주택공급계획(총 770만가구)을 기준으로 이 비율을 적용하면 약 208만 가구의 단독주택 시장이 형성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택지가 고갈된 대도시에서 아파트보다 가구당 택지수요가 많은 단독주택을 이렇게 많이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바로 교외 전원주택이 그 대체시장으로 떠오를 것이다.
얼마전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로 내년부터 시행예정인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여가시간의 증가, 현재 진행중인 수도권 교통망 확충사업의 조기완료에 따른 교외출퇴근 여건의 개선, 국민소득 1만달러 회복(2002년)에 따른 삶의 질 향상 욕구분출 등의 변수가 현실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는 2~3년 후가 되면 교외 전원주택은 더 이상 '들러리 상품'이 아니라 '선도상품'으로 부각될 것이다.
얼음이 녹기전에 강물의 흐름을 짚어보듯 변화하는 세상에 앞서 스스로의 생각을 바꿔라. 이제는 '변화의 속도'가 세상을 바꾼다.
/드림사이트코리아닷컴 대표 이광훈(李光薰)입력시간 2000/12/01 15:28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