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전쟁중에 장수 바꾸나

현명한 군주는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본인의 강력한 고사(固辭)에도 오는 5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서울시장이나 경기도지사 후보로 차출될 것이라는 소문이 계속 나돌고 있다.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지난 88년 미국 제록스 팰로알토연구소의 ‘마크 와이저’가 처음으로 제시한 용어다.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뜻의 이 라틴어는 원래 ‘신(神)’이라는 주어가 전제로 깔리지만 그의 발언의 주어는 ‘디지털기기’다. 그는 유비쿼터스 사회를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이라고 정의했다. 정통부가 8일 발표한 ‘2006년 업무 계획’의 핵심 내용도 바로 몇 년 안에 한반도 전체를 유비쿼터스 환경으로 완전히 탈바꿈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8대 서비스와 3대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이 하나로 묶이는 순간 우리나라는 ‘꿈의 유비쿼터스 사회’를 만든 세계 최초의 국가로 부상하게 된다. 2년 전 나왔던 ‘IT 839전략’을 이번에는 앞에 ‘U’자가 붙은 ‘U-IT 838’로 바꾼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미국 MIT 대학 미디어랩 사장은 10년 전 ‘아톰(원자) 시대와 다른 비트 시대에서 3일의 의미’를 설명한 적이 있다. “일당 1페니씩 받는 사람이 급여를 매일 두 배씩 올려받는 조건으로 일할 경우 한달의 마지막 날인 31일에 받는 그의 일당은 무려 1,000만달러 이상이지만 불과 3일이 짧은 2월달 마지막 날인 28일에 받는 일당은 130만달러밖에 안된다. 우리는 지금 그 마지막 3일 안에 살고 있다.” 정통부가 내놓은 U-IT 839전략은 작은 차이가 내일이면 충격적인 결과를 낳는 ‘그 마지막 3일’을 놓고 벌일 한국판 세계전쟁 전략이다. 한 인물에 대한 과도한 애착이 패착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국제 디지털 전쟁의 특수성을 고려해 장수의 거취는 신중하고 진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장수가 바뀌면 전략도 다시 짜야 하기에 하는 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