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ID(전자태그)는 이제 1백만개를 주문할경우 개당 가격이 18센트입니다. 앞으로도 가격은 계속 내려갈 겁니다"
싱가포르의 HP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본사 내 `쿨타운(Cooltown)' 전시장은 손에 금방 잡힐 듯 가까이 와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말해줬다.
언제 어디서나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는 의료용 RFID 시스템, 현장에서 결제하고 프린터로 수표를 뽑아볼 수 있는 차세대 뱅킹 등 HP의 첨단 IT 기술들을 선보이는 이 전시관은 "앞으로 10년 뒤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이런 편리함이 있다" 식의 추상적인 개념만 나열하는 미래 체험관이 아니다.
이곳에 전시되는 제품들은 전체의 95%가 이미 전세계 70여개 HP 기술 협력사들을 통해 상품화를 마치고 미국 등 시장에서 시판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과 시장 적용 상황을 그대로 알 수 있어 유비쿼터스의 막연한 `전망'대신 생생한 `현황'이 손에 잡힌다.
이 전시장은 또 실제 IT 기기의 기술진보 사이클을 그대로 반영한다. HP는 3개월에 한번씩 전시 제품의 30% 가량을 교체한다. 1년만 지나면 완전 딴판의 전시관이되는 셈이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끈 전시는 최근 문을 연 `RFID 커피숍'. 손님들은 매장 입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커피 브랜드 등의 정보를 기록하고 그 내용은 고스란히 그 손님이 든 커피 머그잔 바닥의 RFID에 기록된다.
매장 테이블과 카운터에는 커피잔의 RFID를 판독하는 리더기가 깔려있어 이렇게읽힌 손님들의 커피 취향 정보가 모니터를 통해 커피를 만드는 점원들에게 곧바로뜨게 된다. RFID 기술이 커피숍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특수 광학 카메라가 장착된 펜으로 종이에 서류를 작성하면 그 문서 전체가 펜에 디지털 정보로 저장돼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이 문서를 다시 재현할 수 있는 `디지털 펜' 기술도 흥미롭다.
은행 등 각종 금융 기관에서 고객의 작성 서류를 디지털화해 보관하는 방편으로요긴하다. 이 디지털 펜은 HP와 스웨덴의 노키아가 현재 시판하고있다.
HP가 세계 1위의 프린터 생산 업체인 만큼 프린터를 응용한 전시도 볼만했다. HP가 이미 개발을 완료한 `나를 따라다니는 (follow me) 프린팅'은 언제 어디서든 프린팅이 가능해 프린터의 `유비쿼터스'라 불리는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자신의 컴퓨터로 프린팅을 지시하면 그 인쇄 정보가 특정 프린터기기가 아닌 중앙 프린팅 서버로 전송되는 것이 핵심 원리다. 사무실 아무 프린터에서나 자신의 ID 카드를 찍으면 중앙 서버의 정보로 곧바로 인쇄가 가능하다.
지금은 회사 등 사업장에서 통용되는 기술이지만 향후 자신의 프린팅 정보를 세계 각지에서 언제 어디서나 곧바로 뽑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현지 HP 관계자는 "전세계에서 오는 업계 중역들에게 유비쿼터스 IT 기술이 어떻게 이들에게 쓸모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전시의 관건"이라며 "오는 9월에는 차세대 사무실 환경 모델을 구축해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김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