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것과 동시에 물량 품귀현상까지 벌어져 원자재난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이 계속 상승하자 실수요와 함께 투기세력의 가수요까지 가세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은 1ㆍ4분기에 ‘블랙홀’인 중국의 수요증가로 급등한 후 2ㆍ4분기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다시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강력한 심리적 저지선인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한 후 추가적인 상승전망이 우세해지자 원유시장뿐 아니라 금속시장에도 투기자금들이 몰려들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브릭스는 “원유가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자리잡은 후 기초금속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유가와 금속 가격이 같이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45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3%가 유가 상승세가 다음주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ASK 레이먼드제임스의 디만트 샤는 “유가가 60달러선으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7일 현재 톤당 3,065달러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구리 가격도 종전 최고치인 3,075달러(95년 8월)선이 깨질 경우 3,3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구리 재고량은 지난 2002년 말 85만톤에서 지금은 9만4,000톤으로 줄어 추가적인 상승 가능성이 아주 높다. 고철의 경우 이미 값을 올려줘도 물량을 확보할 수 없는 지경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해상 운임료까지 올라 기업의 채산성은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벌크선 운임료는 일년 전에 비해 두배 가까이 올라간 상황이고 컨테이너 용선료를 나타내는 HR지수 역시 1월 1,129.95에서 9월 1,658.3으로 5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더욱이 고유가로 소비자들이 씀씀이를 줄일 경우 기업은 매출 및 수익감소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해외 주요 기업들은 인원감축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처럼 원자재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주요 원자재 비축량이 크게 줄어들어 생산 및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조달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알루미늄 등 8개 핵심품목의 평균 재고물량은 7월 말 현재 14만2,604톤으로 적정 비축량의 62.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