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앞두고 발표된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국내 영화계가 반발하고 있으나 국산영화의 절반 이상이 극장체인을 가진 대형 영화사들에 의해 투자.배급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스크린쿼터는 그 유효성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일 내놓은 '영화산업의 구조변화와 스크린쿼터의 유효성' 보고서(저자 좌승희.이태규)를 통해 최근 한국 영화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제작.배급.
상영이 수직적으로 결합된 대형영화사들이 있으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영화 제작비를 고려할 때 이와같은 영화 공급구조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내 대형 영화사들이 상당수의 한국영화에 투자 및 제작을 하고 있고 자체 배급망과 극장 체인을 통해 상영을 하고 있는 구조 하에서는 미국 배급사들이 과거와 같은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시장원리에 맞지 않으면서 규제로서의 유효성이 떨어진 현재의 스크린쿼터 제도는 축소 또는 폐지돼야 하며 그렇게 되더라도 현재의 직배체제에서 할리우드 대작들은 여전히 미국 배급사들에 의해 배급될 것이며 국내 대형 배급사들은 흥행성높은 국산영화의 배급은 물론 영화의 투자.제작을 소홀히 할 수 없을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크린쿼터가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보고서는 "멀티플렉스의 확산으로 증가된 스크린의 혜택이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보다는 흥행이예상되는 일부 영화에 집중적으로 돌아가고 있어 영화의 다양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영화산업 육성 정책은 스크린쿼터와 같은 시장에 대한 직접통제보다는 영화시장 규모 확대와 영화산업 투자활성화를 위한 산업 하부구조 정비에중점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수출을 통한 해외시장 확대와 DVD 등 후속시장 확대 및 이를 위한지적재산권 보호대책 마련 등을 통해 영화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영화에 대한 투자를유인하기 위해 완성보증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현금 흐름 및 수익배분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고 투자활성화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과 같은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아울러 "대기업의 문화산업 진출이 활성화된다면 시장의 역동성을 제고해 산업구조를 더욱 빠르게 변환시킬 수 있으며 시장규모도 확대할 수 있을것"이라면서 대기업의 영화산업을 비롯한 문화산업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출자규제 등 일련의 규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