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정수표단속법 폐지는 옳다

李 금감위원장이 이같은 결단을 하게된 배경은 한마디로 중소기업인의 기(氣)를 살려주자는 의도로 보인다. 자금난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인들을 주눅들고 애타게 만드는 데 한몫한 것이 부정수표단속법 이었다.경기악화 등 돌발요인으로 고의아니게 부도를 낸 경우 위로와 격려는 못할 망정 사태수습과 재기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위기에 몰린 회사를 살릴 방안을 가장 잘 알고 백방으로 뛰어다니게 해야할 기업인을 구속해서 파산까지이르게 하거나 빚정리를 더 어렵게하기 일쑤였다. 기업경영과정에서 쌓인 경영능력도 하루아침에 사장되고 만 경우가 없지않았다. 검찰이 IMF사태이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악의나 고의가 없고 재기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가급적 기소치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안된다. 기업의욕을 조금이라도 위축시킬 소지가 있는 법규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없는 법을 시행하는 것은 세계화추세에도 맞지않다. 최근 금융관행이 신용대출과 연대보증폐지로 가고있는 추세와도 맞다. 점차 신용으로 돈거래를 하게되는 마당에 신용질서를 문란하게 했을 경우 신용상의 불이익으로 제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의 신용에 대한 인식으로 볼 때 부정수표단속법 폐지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있지만 다른 개혁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하면서 우리의 기존관념이나 인식을 뛰어넘는 과감한 개혁을 추진중이다. 그런 차원에서 부정수표단속법폐지도 신용사회가 정착될때 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세계적 흐름을 읽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면 오히려 신용사회정착이 더 빨리 진척될 수도 있다. 폐지후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표를 남발한뒤 고의부도를 냈을 때 형법상의 사기죄만으로 처벌하는데 따른 한계에 대한 충분한 보완책이 있어야한다. 보완책에는 고의나 악의로 역이용함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는 장치를 당연히 마련해야 한다. 당장 폐지할 경우 자금흐름이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또 수표거래가 급속히 줄어들어 신용경색을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분간 어음 같은 대체 방안을 찾아 자금흐름에 지장을 주지않도록 해야한다. 다만 어음제도자체가 대기업의 하도급횡포, 신용불량, 기업의 과도한 부채조장 등 해결돼야할 문제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부정수표단속법이 폐지될 경우 이런 문제들은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어음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이 부정수표단속법 폐지와 동시에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관행을 개선하려는 만큼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마련과 제도적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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