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을 겪을 때는 술병을 보면서 마음을 달랬고 옛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천년고찰 대흥사 부근인 전남 해남군 삼산면 평활리에서 '황토 그린 민박집'을 운영하는 조철환(63)씨가 20여년 동안 모아온 술병으로 작은 전시관을 마련해 화제다.
조씨가 술병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0년 예비군 중대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이천의 한 소주공장을 방문했을 때로 거슬러올라간다. 그는 "프랑스 와인이 몇 백년이 되면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술병도 분명 세월이 흐르면 색다른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취미로 한두 점씩 술병을 모아온 것이 어느새 620여종으로 늘어나 작은 전시관을 가득 채우게 됐다. 쉽게 마시고 버리는 술병이 그에게는 소중한 수집품이자 추억거리가 됐다.
전시관에는 양주부터 소주ㆍ과일주 병까지 종류별로 전시돼 있다. 지금은 생산하지 않는 1980년대 나폴레옹ㆍ캡틴큐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술의 병 등 보기 드문 술병들이 가득하다.
그는 "처음 술병을 수집할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아내도 이제는 색다른 술병을 보면 챙겨오는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며 "'가을국화' '예술' 등은 술 이름이 예뻐 술을 사면 며칠은 내 옆에 간직하다 전시장에 올려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00개의 술병을 모으는 것이 목표"라면서 "시간이 흘러 지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전시관이 마련된다면 기꺼이 기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