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일한 ‘작가주의 감독’이 일본 사무라이와 이탈리아 마피아, 미국 뒷골목을 뒤섞어 영화를 만들었다. 위트와 풍자라는 양념으로 버무린 짐 자무시 감독(47)의<고스트 독>(GHOST DOG)이다. 짐 자무시는<천국보다 낯선><데드맨>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획득한 작가주의 감독. 인간 사이의 단절을 낯선 방식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자무시 감독은 지난 해 만든<고스트 독>에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항상 그랬던 것처럼 뒷골목이란 도시의 치부에 카메라를 들이댔고, 시선은 여전히 냉소적이지만 예전보단 훨씬 따뜻해졌다. 더 이상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에 안타까워 하지 않고, 위트를 통해 웃음을 던져주고 또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다. 관객의 눈 높이에 맞춘 시도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고스트독은 흑인 총잡이 킬러 포레스트 휘태커의 극중 이름.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된 고스트독은 귀신(고스트)처럼 해치우고 개(독)처럼 충성하는, 사색하는 킬러다. 진정한 사무라이라 자부하는 그가 주군으로 섬기는 사람은 우습게도 3류 마피아 졸개.
고스트독은 힙합과 랩 음악이 넘쳐흐르는 뉴욕 슬럼가에 살면서도 장중한 사무라이 정신으로 살아간다. 때문에 그는 외롭게 떠 있는 섬처럼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와 극에 서 있는 3류 마피아 집단은 TV 만화를 보며 낄낄거리는 한없이 가벼운 존재들이다. 죽음까지도 사무라이답게 맞이하는 고스트독의 충직함은 싸구려 마피아의 경박함과 끊임없이 비교된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실소를 터뜨리며 아이러니를 느낀다.
뉴욕 뒷골목에서 사무라이 정신을 부활시킨 포레스트 휘태커는<크라잉 게임><히트맨><쁘레따 뽀르떼><스모크>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배우다. 클린트 이스우트가 감독했던<버드>에선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찰리 파커역을 열연해 88년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경문 기자 입력시간 2000/04/14 1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