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남미 주재 삼성맨은 007?

치안 상황 안좋아 총격 우려 전원 방탄차 사용<br>휴대폰 절도도 늘어 본사서 사용자제 주문까지

“이동할 때는 반드시 방탄차를 이용하라.” “휴대폰 사용을 자제하고 꼭 필요할 경우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하라.” 영화 ‘007 시리즈’에 나오는 첩보원이 아니라 삼성전자 해외 주재원들에게 떨어진 명령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브라질ㆍ콜롬비아 등 중남미 지역 주재원용 방탄차 20여대를 지급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9일 “중남미 지역 치안 상황이 좋지 않아 한국 대기업 임직원에 대한 총격 우려가 급증한 상태”라며 “주재원 안전대책 차원에서 방탄차 사용이 의무화됐다”고 말했다. 해외 파견근무 경험자들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에서는 삼성 등 대기업 직원으로 추정되는 동양인에 대한 차량 강도 사례가 늘고 있다. 뒤따라오던 차량이 강도로 돌변, 총기를 난사한 뒤 운전자의 지갑 등을 꺼내 유유히 사라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이 지역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추세여서 가전과 휴대폰 등 주력 사업 마케팅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3,000㏄급 도요타 캠리 방탄차량을 중남미 주재원들에게 우선 지급했으며 대상국을 러시아 등 일부 치안 불안국가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브릭스(브라질ㆍ인도ㆍ중국) 지역을 순회할 예정인 이재용 전무에게도 방탄차가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위험국’에서 물품을 운송할 때 무장 경호원도 고용한다. 특히 휴대폰이 귀중품에 속하는 일부 국가에서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강도 사례가 늘고 있어 사용을 자제하라는 주문을 본사에서 직접 내렸다. ‘주변을 살펴본 뒤 아무도 없을 때만 휴대폰을 꺼내라’는 게 삼성 본사의 지침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해외 파견근무 기회는 우수한 인력에게만 주어지기 때문에 누구나 원하는 일”이라면서도 “일부 위험국 근무 명령이 떨어지면 보람도 있지만 모종의 ‘각오’를 다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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