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고유가發 물가불안' 예상보다 심각 판단

"다음달 금리인하도 희박" 채권값 하락세로 돌아서<br>장기적으론 인하 불가피…시장선 '선제대응' 주문

금융통화위원회가 7일 회의에서 물가불안을 특히 강조, 앞으로 당분간 금리인하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금통위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없었다. 경기하강 위험도 우려되지만 그보단 발등의 물가불안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예상보다 강한 톤의 물가물안 우려로 당분간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시장 분위기는 가라앉을 태세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주요 국들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한은도 금리정책 공조에 나설 가능성은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한은, 물가상승세 경계심리 높여=이달 한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글로벌경기 둔화에 따른 국내 경기 위험신호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지표로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고유가발 물가충격파는 하루가 다르게 서민경제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이날 “소비자물가가 고유가의 영향 등으로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물가 상승세가 확대됐다”는 표현보다 한발 나아간 것이다. 물가지표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상승이 하반기로 가면서 점차 둔화될 것”이라는 문구도 빠졌다. 물가불안이 예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원유ㆍ곡물가 급등이 당분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국내 물가도 몇 달간은 지금과 같은 꽤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우려하는 등 지난달보다 ‘물가’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한발 물러선 채권시장=이 총재가 예상외로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함에 따라 당분간 채권시장의 투자심리는 위축될 전망이다. 이는 금통위 이전 강보합세였던 금리가 이 총재의 발언이 전해진 뒤 큰 폭으로 상승한 점에서 확인된다. 이날 채권시장에서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는 장 초반 0.02%포인트 하락하기도 했으나 기준금리 동결이 알려진 뒤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전일보다 0.05%포인트 상승한 연 5.10%를 기록했다. 3년 만기 국고채도 0.05%포인트 오른 연 5.00%를 나타냈다. 시장에선 “물가상승세에 최근 들어 수요 측 압력이 커졌다” “기대인플레이션을 주시해야 한다”는 이 총재의 발언이 예상 수위를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한은의 4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 총재가 경기하강 리스크는 인정하나 인플레 부담을 많이 언급함에 따라 4월 금리인하가 불투명해졌다”며 “이에 따라 당분간 시장금리 하락도 여의치 않고 경기지표에 따라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미국 경기 부진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고 국내 경기 하강 리스크도 점증할 것으로 보여 한은도 주요 국과 함께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워낙 경기 하강요인이 커 금리인하는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된다”며 “물가도 상고하저가 예상되며, 특히 경기둔화 시 수요 측면도 약해질텐데 한은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지표 둔화가 가시화되는 2ㆍ4분기쯤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최석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파트장은 “물가가 불안하지만 한은이 선제적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며 “글로벌 금리흐름에 떠밀려서라도 상반기 중 한번쯤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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