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명품기업 1만클럽 만들자] <2> 세상은 넓고 '흙속 진주'는 많다

■ 서울경제·중기중앙회 공동기획

"스펙쌓기 연연 않고 중기로 눈돌려 평생직장 찾았죠"

바로건설기술·씨티씨바이오·대구텍 등

초과이익 나누고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지원

능력따라 임금 오르고 승진 "대기업 못잖아"

바로건설기술 기술영업팀 직원들이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초과이익분배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이 회사의 한 대리급 직원은 지난해 연봉만큼의 인센티브를 받아 대표이사와 연소득이 비슷했다. /사진제공=바로건설기술


#지난해 9월 절삭공구업체 대구텍에 입사한 임경목(29) 주임의 초임은 3,500만원으로 주변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연말에는 직원들에게 일괄지급된 500만원의 상여금은 또 하나의 자랑거리다. 임 주임은 "오후 5시만 되면 눈치 볼 필요없이 전 직원이 퇴근을 하기 때문에 저녁 시간은 자기계발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며 "지난해만 해도 30년 근속을 하신 분들이 30여명을 넘는 모습을 보면서 평생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회사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5년차인 박찬권(30) 바로건설기술 대리는 휴학이나 '취업재수' 없이 기술력이 탄탄한 중소기업을 지원한 케이스다. 현장 업무와 무관한 스펙만 쌓으면서 대기업만 바라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일찌감치 판단했기 때문. 박 대리는 "건축공학이라는 전공 특성상 대형 시공사에 갔다면 현장관리업무만 계속 했을 것"이라며 "바로건설기술에서 설계, 납품, 시공, 자금관리 등 자재에 관한 모든 업무를 수행하며 그동안 많은 일을 배울 수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취업재수생', '대학교 5학년(졸업유예)'이 나날이 늘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취업 문은 더욱 좁아졌고 토익, 학점, 어학연수처럼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한 스펙은 갈수록 쌓여만 간다.

이처럼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박 대리와 임 주임처럼 대기업이 아닌 중견·중소기업을 찾는 이들은 아직 많지 않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보다 간판에 따라 판단하는 고정 관념에다 대부분의 중견중소기업들의 근로 여건이 열악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큰 꿈을 키우고 있는 이들은 "눈을 돌리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명품 중소기업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건설기술에서는 미래 경영진을 직접 육성하는 차원에서 과감한 업무 이양과 체계적인 업무 로테이션이 이뤄진다. 회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손실을 감수하는 모험이지만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라는 게 김광만 바로건설기술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향후 2세 경영이 아닌 유능한 직원들에게 대표직을 넘길 생각이다.


실제로 회사 건물과 주요 특허는 대표 개인명의가 아닌 법인 명의다. 초과이익분배제도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해 실적이 가장 뛰어났던 한 대리급 직원은 연봉만큼의 인센티브를 받아 김 대표와 연소득이 비슷했다.

관련기사



제약회사 씨티씨바이오 역시 급여와 복지, 자기계발 면에서 남부럽지 않은 이른바 '명품 중기'다. 동물약품 분야를 국내기업 최초로 개척한 공동 창업주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열정. 스펙을 위주로 채용하는 다른 회사와 다르게 학점이 영(0)점대인 직원들도 더러 있다. 눈에 보이는 숫자 대신 열정과 성실함 등 내면에 비중을 둔 때문이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 영역을 넓히는 것도 장려한다. 내수시장에만 의존하던 2007년 한 직원이 처음으로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해외사업부가 신설된 게 대표적 예다. 한 직원은 사내 최초로 자회사를 만들어 대표이사가 됐다.

초과이익분배금 제도로 재작년엔 200%의 성과급을 받았고, 지난해엔 전 부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지난해에 입사한 김병수 사원은 "대기업에 입사한다고 만족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아닌 만큼 스펙을 쌓는 것도 좋지만 이를 투자해 우선 자신에게 어울리고 가고 싶은 기업을 발굴하려는 적극성도 필요한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스트소프트는 직원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는 함께 성장할 사람을 뽑아서 인재를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고집스럽게 신입 채용 방식을 고수한다.

개발자 레벨 테스트를 통한 별도의 승진코스를 운영, 반기마다 개발자 승격시험을 통과하면 대폭적인 임금 상승과 함께 승진 기회를 준다. 능력이 있으면 직급에 상관없이 과감하게 중책을 맡긴다.

대리 시절부터 3개의 팀을 관할하는 해외사업부문장을 맡아 온 장지혁 과장은 "입사 시점이 회사 주력 상품인 '카발'을 수출하던 시점과 맞물려 일찍부터 해외 수출 업무를 주도했다"며 "처음에는 잠도 잘 못 잘 정도로 많은 부담도 됐지만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성장하고 회사도 안정적인 수출 판로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전에 있는 나노하이테크는 매출액 약 70억원과 직원이 약 27명에 불과한 회사지만 김병순 대표의 배려 아래 누구보다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3년 전에 75세의 직원을 정규직으로 뽑고 출산휴가로 회사를 그만뒀던 직원을 몇 년 후 다시 채용했다. 기본연봉과 성과급 등을 합치면 신입사원 초봉도 약 3,000만원에 달한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 대표부터 제일 중요한 고객은 다름 아닌 직원"이라며 "직원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인식의 전환을 강조했다. /박재원·박진용 기자 wonderful@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