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고 구조조정 물건너갔다

합병 안해도 지점 신설 허용 추진계획 全無금융 당국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합병을 통한 신용금고 구조조정이 흐지부지 무산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은 합병금고에만 허용하기로 했던 지점신설 규정을 완화, 합병의 가장 큰 매력을 제거함으로써 정부 스스로가 구조조정을 포기한 셈이 됐다. 올 상반기 합병에 성공한 금고는 두쌍에 불과하다. 올 1월 계약이전 막차를 탄 전북동원ㆍ안흥금고와 11일 합병인가를 받은 텔슨ㆍ신한국금고뿐이다. 지난해 총 25개의 금고가 합병한 것에 비하면 미미하다. 현재 합병을 계획 중이거나 준비하는 금고도 없어 하반기에도 합병 움직임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올초 금융감독원이 금고간 합병을 적극 유도하겠다며 밝힌 세가지 합병유형은 ▦모자금고ㆍ계열금고간 합병 ▦서울지역ㆍ지방금고간 합병 ▦지역간 합병 등이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기대되는 효과가 없다=모자금고와 계열금고간 합병은 제일ㆍ푸른ㆍ현대스위스금고에서 검토됐다. 올초 현대스위스금고는 6월 결산이 마무리되는 대로 현대스위스금고2와 합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결산을 마친 현재까지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 또 다른 예상 조합인 제일금고ㆍ제이원금고, 푸른금고ㆍ푸른금고2 역시 합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제일금고의 경우 4월 오렌지금고 인수도 포기한 바 있다. 푸른금고의 한 관계자는 "양쪽에 예금을 분산시킨 고객이 빠져나갈 것을 감안해야 하는 반면 합병에 의해 기대되는 효과는 뚜렷하게 없다"고 말했다. ◇합의점을 찾기 힘들다=프라임금고와 전북전일금고의 합병작업은 현재 답보상태다. 두 금고의 합병은 서울지역금고와 지방금고간의 첫 합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서울지역 우량금고와 인지도 높은 지방금고간의 합병은 지방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수신을 끌어와 서울에 여신으로 풀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프라임금고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회계법인을 통해 합병자료를 분석한 뒤 5월 금감원에 합병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전일금고측과 경영진 구성 및 증자문제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 "라며 "현재는 지난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와 또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들어 서울지역 금고들의 수신액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서울지역 금고들의 합병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다. ◇내 갈 길도 바쁘다=금감원이 올초 합병의 제1순위로 본 것은 지역간 합병. 지난해 충북ㆍ강원ㆍ부산ㆍ대구 등 4개 지역 내 금고들의 합병이 성사됐고 당시 인천ㆍ경북지역 등은 본격적으로 합병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인천지역에서 합병이 성사된 것은 텔슨ㆍ신한국금고뿐이며 이는 경기은행이 문을 닫으며 생긴 지역은행 공백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경북지역의 경우 논의 전과 다를 바 없는 '원점 상태'다. 지난해 합병을 마친 금고의 한 관계자는 "당시 자금난을 겪던 금고들이 공적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연내합병을 서둘렀던 것"이라며 "이제 도태될 금고는 도태되고 버틴 금고는 버티는 상황에서 지금은 생존 자체에 몰두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구조조정 이대로 괜찮은가=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합병에 대한 인센티브가 약한 게 사실"이라며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에 합병금고가 아니더라도 지점신설을 허용하게 한 것은 합병을 적극 유도하기로 했던 올초 방안과 상충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신용금고업계가 현재의 구도대로 안정될 것으로 낙관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언제 다시 신용위기에 직면할지 모르는 불안 속의 안정이라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서민금융을 활성화하려면 근본적으로 신용금고 구조조정을 완결해야 한다"며 "일관성 없는 정책이 자칫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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