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민용' 이라던 세제개편안 "혈세만 축내고 효과는 초라"

국감현장서 "서민·중산층 세제 혜택 과대포장" 질타<br>고용창출세액공제 개점휴업·조세형평성 위배 지적도


정부의 친(親)서민 세제가 정책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면서 혈세만 축내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국정감사 이틀째인 5일 여야 경제통 의원들은 정부가 지난 8월23일 서민용이라며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실제로는 '무늬만 친서민'이라고 꼬집었다. 의원들의 지적을 종합하면 이번 세제개편안은 취약계층 지원이나 일자리 창출, 출산율 제고 등을 목표로 했으나 당사자에 혜택이 적고 세제정책의 기본인 소득재분배 효과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세제개편안을 살펴보면 친서민 정책을 '편의'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라면서 "실제로 친서민 정책 효과는 미비하며 그렇다고 재정건전성 확보가 충실히 이뤄지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정부가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 저소득 일용근로자 대상 급여 원천징수 세율을 8%에서 6%로 낮추기로 한 내용은 기획재정부가 세제개편의 대표적인 취약계층 지원책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한 달에 경감 받는 비용이 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금을 내려고 해도 낼 세금이 없을 정도로 취약한 계층에 속하는 게 일용근로자의 현실인 탓이다. 그는 "무늬만 친서민 정책을 서민 중산층 세제혜택으로 과대 포장했다"고 질책했다. 2006년 도입한 다자녀 추가공제혜택은 애를 낳을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 위주로 혜택을 본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기존에 시행하던 다자녀 추가공제혜택을 최대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두 배 늘렸다. 그러나 나성린 한나라당 의원은 "기존 부양가족 공제에서 다자녀 추가공제로 바꾼 후 세제지원 현황을 보니 소득수준 상위 10%의 고소득층 중에 혜택 대상 인원은 102% 증가하고 금액도 80.8% 늘어났다"고 밝혔다. 실제 중산층 가정에 돌아가는 감면액을 따지면 정책의 허상이 드러난다. 이한구 의원실의 분석을 보면 연소득 3,000만원인 가정이 자녀를 2명에서 3명으로 한 명 더 출산할 경우 되돌려받는 세금 경감액은 연간 4만1,000원에 불과하다. ◇일자리=임시투자세액공제를 폐지하고 대신 도입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는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다. 이 제도는 정부가 고용을 조건으로 기업에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일호 한나라당 의원은 새 제도를 시행해도 중소기업은 절반 이하만이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자가 나서 세금을 못 내거나 기존에 시행 중인 세제감면 혜택을 받으면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중소기업에는 300만원을 지원하는 반면 대기업에는 1,00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라며 신설에 반대했다. 게다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비슷한 성격의 고용증대세액공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다른 세제감면과 중복 혜택이 불가능해 '개점휴업'제도라는 쓴소리를 듣고 있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역시 비슷한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여야 경제통 의원들의 중론이다. 그나마 이 제도가 고용을 유발하는 효과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인용한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제조업체가 시설투자를 한 후에는 고용을 줄이는 게 유리하므로 구태여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사람을 채용할 가능성은 낮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청년고용시 1인당 최대 1,5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해주지만 임금과 사회보험료, 사내복지 등 고용에 들어가는 돈이 세액공제액보다 크다. ◇재분배=세금의 중요한 역할은 소득 재분배를 통해 빈부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소득에 따라 내는 직접세 비중은 늘리고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내는 간접세 비중을 줄이라는 것은 세제정책의 기본이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재분배를 떨어뜨리는 간접세의 비중이 50%를 넘겼고 이 추세는 이번 세제개편안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김성곤 민주당 의원이 세제개편안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앞으로 5년간 간접세는 1조9,000억원 늘지만 직접세인 소득세는 2,000억원 줄어든다. 김용구 자유선진당 의원은 "현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 삼아 단행한 대규모 부자감세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서민예산을 운용하겠다고 하면서도 조세저항이 없는 간접세의 비중을 계속해서 늘려나가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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