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총리의 성적표/김준수 차장대우·정경부(기자의 눈)

 중도퇴임 압력을 받고 있는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문민정부의 역대 경제부총리 6명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눈길을 끈다. 한국일보가 경제학 교수, 경제연구소 소장, 대기업 고위간부, 경제부처 고위관료 등 29명을 대상으로 이들에 대한 점수를 매긴 결과 평균 61.4점이 나왔고 이 가운데 강부총리가 68.6점으로 최고 득점을 차지했다. 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역임한 사람은 현직인 강부총리를 포함, 이경식, 정재석, 홍재형, 나웅배, 한승수씨 등 모두 6명이다.  강부총리는 최근의 경제난과 관련, 상당한 퇴임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평가결과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신문사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경질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인물은 강부총리가 처음이다.  강부총리에 대한 이같은 상반된 평가는 얼핏 보면 이상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맥상통하는 데가 많다.  조사에 따르면 강부총리는 조직 및 업무장악력, 개혁의지, 경제논리 충실도, 경제수석으로 부터의 독립성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타부처와의 협조관계에서는 5위에 그쳤고 특히 정책의 적시성에서는 꼴찌로 나타났다. 1백점 만점중 33.6점을 얻어 사실상 과락 수준이다.  이를 풀이해보면 강부총리는 주관이 뚜렷하고 흔들림이 없지만 독불장군이고 따라서 번번이 정책을 실기하고 있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경제부총리는 종합적인 능력이 필요한 자리이지 한 쪽만 두드러져서는 곤란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목에 따라 들쭉날쭉하는 사람보다 다방면에서 고루 평균점 이상을 획득하는 사람이 더 훌륭한 부총리감일 것이다.  경제부총리를 어느 시기에 맡느냐에 따라서 항목별 가중치가 달라질 수 있다. 집권 초기의 부총리는 개혁의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고 중반기의 부총리는 타부처와의 업무협조가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권말기의 부총리는 자기의 개성을 드러내고 새 일을 하기보다 차분히 정리하고 충실하게 마무리하는 스타일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조사결과는 강부총리가 취임초기의 부총리감으로 맞는 인물이지 정권말기의 부총리로는 어울리지 않음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강부총리가 정책스타일을 바꾸거나 아니면 통치권자가 정권말기에 맞는 새 인물을 기용해야 당면 경제위기를 적절히 타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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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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