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이명박정부 출범 6개월] 정부는 여당 정책 보조자?

출범초기 촛불집회로 감세정책등 동력 잃어<br>주요 경제정책 큰 틀 대부분 여당 입김 커져

이명박 정부가 출범 6개월을 맞으면서 정권 초기와 변화된 모습 중 하나가 정책 주도권이 여당인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출범 초기, MB노믹스를 만들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곽승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중심으로 규제완화와 감세를 중심으로 한 성장정책, 그리고 공기업 민영화 등의 개혁정책이 추진됐다. 하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놓고 벌어진 촛불집회를 계기로 청와대는 물론 정부까지 국정개혁의 추진 동력을 잃게 됐고 급기야 정책결정의 주도권은 여당으로 급속히 이동했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채 4개월도 되지 않은 지난 7월 초 경제운용 목표치와 방향을 대폭 수정한 것은 정부가 정책 주도권을 잃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정책의 주도권을 뺏긴 뒤 여당과 정부의 수평적 권력관계도 깨졌다. 감세를 놓고 당정 간 이견이 발생하자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세율을 정하고 과표를 조정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재정부 장관과 참모들이 말하는 것은 참고 사항일 뿐”이라고까지 말해 정부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정권 초기 주요 사안을 놓고 당정 간의 이견은 있었지만 힘의 균형은 유지됐다. 추경과 금리인하 정책부터 대운하 정책, 혁신도시 등을 놓고 사사건건 입장차는 이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당의 입김이 더 세지면서 대운하 추진 연기, 혁신도시의 원칙적 추진 등으로 정리되는 수순을 밟았다. 최근에는 주요 경제정책의 큰 틀은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경제부처 장관들의 목소리는 희미해졌다. ‘주택공급 기반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 금융규제 등 부처 간 논의가 덜 된 부분이나 세제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한 교통정리는 임 의장이 담당했다. 임 의장은 “지금 시점에서 금융규제를 완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할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원칙적으로 하지 않기로 했다”며 결론을 내렸다. 또 전매제한 완화 소급적용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소급적용을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임 의장은 곧바로 “소급적용은 없다”면서 정리했다. 세제정책도 마찬가지다. 임 의장은 8월 초 “전반적으로 세율인하 여력이 생겼다고 보고 세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면서 세제정책의 방향을 제시했다. 재정 건전성을 걱정하는 정부는 무분별한 감세정책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당정 간 논의 끝에 재산세 인하를 합의한 데 이어 소득세와 개별소비세 등의 조정에 대해서도 검토를 마친 상태다. 대기업의 법인세 감면 1년 연기 문제도 여당에서 주도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법인세 감면은 이미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통과만을 기다리고 있던 사안이어서 정부가 여당의 움직임에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발표된 1단계 공기업 선진화 방안 역시 여당의 입김은 강하게 작용했다. 정부가 제시한 33개보다 선진화 대상 공기업 수가 8개 늘어났고 인천공항공사 지분 매각 등 눈에 띄는 대상을 추가한 배경에는 한나라당의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임 의장은 당정협의 후 “1차 공기업 선진화 대상은 전체적으로 40여개가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당에서는 (정부가) 좀더 확실하게 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냐고 좀더 할 것을 주문했다”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문제는 정부가 여당의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는 역학구도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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