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모든 노인에게 2배 기초연금'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9일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노인 관련 대선 공약을) 우선순위를 정해서라도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겨 꼭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르신들의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는 말도 덧붙였다. 지당한 말이다. 고령화 시대에 노년층을 보살피겠다는 의지 역시 높이 평가 받기에 마땅하다.


문제는 국민경제가 감당할 수 있고 형평성에 맞느냐 여부다. 박 당선인의 공약대로 모든 노인에게 두 배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오는 2017년에는 17조원이 들어간다.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지급하는 올해 기초노령연금 부담액 4조3,150억원의 4배 수준이다. 예산의 경직성 정도 역시 심해지게 돼 있다. 월 지급액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소득월액의 5% 수준(올해 9만7,000원)이어서 빈곤완화 효과는 크지 않지만 수급자가 많고 급속한 고령화 추세에 따라 지급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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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지급 대상자를 줄이되 지급액을 늘려 노후빈곤 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2001년부터 기초연금 도입을 권고해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조차 지난해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기존 주장을 백지화하고 이런 견해에 힘을 보탰다. 바로 '선택과 집중형 선별적 복지'를 권고한 것이다.

나라 안팎에서 우려를 보내는 보편적 복지를 밀어붙일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공약 자체가 대선 TV토론 과정에서 증폭된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이 한나라당 시절부터 각종 선거에서 공약에 포함했던 기초연금 시행을 공약에 넣었다가 엄청난 재정부담 때문에 번번이 미뤘던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복지혜택은 한번 확대해놓으면 되돌리기가 무척 힘들다. 기초생활수급자가 매달 받던 생계급여 등을 못 받게 되면 복지담당 공무원에게 칼부림을 하거나 협박하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 그 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원회는 공약에 연연하기보다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복지 모델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힘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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