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의 부상(浮上)은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환경을 전반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산업간의 경계, 또는 생산자·소비자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한 예로 인터넷상에서 신문사가 제공하는 관심있는 기사에 들어가보면 그 기사와 관련된 동화상도 나온다. 반대로 TV방송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동화상과 함께 방송내용을 문자로도 제공해준다. 신문과 TV가 예전과 같이 다른 매체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實例)이다. 이같은 산업간 경계 소멸은 해외 선도기업들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소니가 금융업에 진출한 것이나 신용카드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증권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생산자와 소비자간의 벽도 허물어지고 있다. 가격을 소비자가 정할 수 있는 상거래 방식이 출현하는가 하면 소비자가 자기의 수요를 광고, 이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공급자를 찾기도 한다. 부동산 거래에서도 중개소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끼리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가 생겨났고, 소비자가 듣고 싶어하는 곡 70분짜리를 자기가 원하는 순서로 고르면 이를 CD로 구워서 보내주는 사이트도 있다. 이렇게 소비자가 주체가 된다는 사실도 디지털 경제의 큰 특징이다.
디지털 경제에서의 또다른 특징은 과거보다 신뢰나 명성 또는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일이 네트워크상에서 일어나고 가상공간에서의 만남과 제휴·통합 등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잠깐 존재하다 사라지는 사이트나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사이트는 소비자들에게 영원히 외면당할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도 높다. 인터넷상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엄청나게 많아 정보사용자가 정보과다로 인해 주의가 산만해질 수도 있고 유목민과 같은 생활행태, 돌아다니는 직업의 시대도 도래하고 있다.
그러면 이같은 여건하에서 기업이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 채워지지 않은 틈새시장을 찾아 선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터넷은 선점하는 자의 것이다. 디지털 경제 속에서는 「신속함은 선이요, 꾸물거림은 악」이라는 말이 있다. 초기진입을 노려야 한다는 뜻이다. 아메리칸 온라인(AOL)이나 야후(YAHOO)가 그 좋은 예다. 남보다 먼저 치고 들어가 소비자들에게 신선해 보일수록 초기 마케팅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둘째, 초기진입과 함께 굳건한 시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침투가격을
설정해야 한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부담없이 드나들게 함으로써 조속한 시일 내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넷스케이프나 골드 뱅크 등이 취한 전략이 이것이다. 초기화면에 광고를 삽입함으로써 무료지만 무료가 아닌 가격전략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셋째, 유연한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강한 자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 물러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전개하기보다는 제휴나 흡수당하는 것이 유리하다. 넷스케이프가 AOL을 우습게 보다 오히려 인수당한 사실은 좋은 교훈이 된다.
새 밀레니엄을 앞두고 있는 1999년은 디지털 경제의 원년으로 꼽힌다. 디지털 시대 도래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은 다행스런 일이다. 아쉬운 것은 그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보다 빠른 변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