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치금융 바람 다시 분다

금융권 인사·지배구조·금리 등 줄줄이 개입


최근 한 대형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선작업이 마무리된 후 금융계에는 주목할 만한 얘기가 나왔다. CEO 인선에 한 실세 정치인의 힘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금융회사의 상부 지배구조는 금융정책의 사령탑인 금융위원회가 결정해놓은 것이 정치권 등 외부 입김 때문에 완벽하게 뒤바뀌었다.

14일 금융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 초기 사라지는 듯하던 '정치금융'이 또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업계발이 아니라 금융당국 내부에서 시작되고 있다. 조용하던 금융회사 인사에 정치권의 입김이 개입되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그들이 전해준 '칼자루'를 금융당국이 투박하게 휘두르는 모습이 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금리를 비롯한 일반금융 정책까지 시장원리를 잃어버린 채 정치적 잣대로 결정되는 상황이 줄줄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이 발표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담보대출 금리차별 조정은 사실 금융감독원과 새누리당의 합작품이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격론이 오갔을 정도로 이 문제는 정치적 결정의 기운이 물씬 풍긴다.

대형부실이 문제가 되고 있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처리부터 최근에는 검사ㆍ규제 처리방향 등에서도 금감원이 정치바람에 휘둘린다는 비판이 안에서부터 나온다. 'BS금융사태'도 TK 출신의 한 인사를 앉히려는 정치권의 '보이지 않는 손'을 따르는 과정에서 무리수가 생겼다.

감독당국이 휘둘리다 보니 일반 금융회사에까지 정치금융이 판을 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 대표 및 임원인사를 앞둔 KB의 경우 정치권이나 청와대 유력인사에게 줄을 대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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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금융은 관치보다 심각하다.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가격(금리ㆍ수수료)을 조정하고 인사에 개입하는 게 관치금융이다. 정치금융은 이보다 한발 더 나간다. 시장을 뒤틀리게 만든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 시절 불법대출과 정치인 비리로 얼룩진 저축은행 사태는 서민 예금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이명박 정부 때 선진국민연대라는 정치조직에 줄을 댄 전 국민은행장은 은행을 곪게 했고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동안 정치집단화했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우리금융은 흔들려왔다. 정치금융의 폐해는 이렇게 크고 깊다.

한 전직 장관은 "최근의 금융권 상황을 보면 망국적인 '정치금융'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 역력하다"며 "금융과 정치가 만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모두 알면서 또다시 되풀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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