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이 바닥 모를 추락을 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주축 플레이어인 개인투자자들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가까지도 증시를 외면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코스닥 기업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정보기술(IT)ㆍ인터넷 업종의 주가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만성적인 체력 소진 현상도 우려의 수준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시장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는 고객 예탁금 감소세가 두드러진데다 주요 코스닥기업의 실적전망이 불투명해 반등보다는 추가 하락 우려가 짙다고 분석했다.
◇최악으로 치달은 코스닥=
코스닥시장의 하락세가 사흘째 계속되면서 1년4개월여 만에 사상최저치가 또다시 붕괴됐다. 26일 코스닥시장에서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85포인트 하락한 344.35포인트로 마감, 지난해 3월17일 기록한 사상최저치 346.40포인트를 밑돌았다. 코스닥시장 사상최고치인 2,834.4포인트(2000년 3월 10일)에 비하면 무려 88%나 빠진 셈이다.
지난주 말 다우지수가 1만포인트 아래로 내려앉고 나스닥이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미국증시 영향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거래소시장이 약보합세로 지켜낸 데 비해 코스닥시장이 연중 최저치로 급락한 데는 코스닥의 간판 인터넷 기업인 다음의 실적발표 영향도 컸다.
시장 기대치를 밑돈 다음의 2ㆍ4분기 실적은 하락 분위기가 짙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다음은 이날 3.59% 하락했으며 NHNㆍKTHㆍ웹젠 등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인터넷 종목 대부분이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 기업, 만성 체력 저하 심각=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 붕괴의 배경으로 거래소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의 체력이 약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 벤처붐과 함께 코스닥시장을 이끌었던 ITㆍ인터넷 기업이 2~3년도 안돼 잇따라 퇴출하거나 수익성 악화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NHN 등 일부 인터넷 기업이 탄탄한 실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대다수 인터넷 기업과 IT주의 실적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기업들이 독자적인 사업영역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삼성전자ㆍLG전자 등 대기업의 하청업체 노릇을 하는 관련주에 머무르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고착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기업과 함께 코스닥시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반도체ㆍLCD 관련주들의 이익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투자자 복귀 기대난=
코스닥시장에서 발길을 돌린 개인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코스닥시장의 붕괴 배경으로 지목된다.
주식 매수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최근 8조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연초 대비 1조 7,000억원 이상 감소한 수준이다. 실제 코스닥시장에 관심이 높은 개인 고객 예탁금 감소는 코스닥시장의 수급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량 기업의 탈(脫) 코스닥 러시도 시장 분위기를 가라앉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강원랜드와 기업은행이 거래소로 옮아 간 데 이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의 9% 가까이 차지했던 KTF가 올 4월 거래소로 이전, 상장했다.
특히 신규 등록주마저 자금 악화로 인해 거래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일어나 코스닥시장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최근 코스닥시장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일부 우량 종목의 경우 주가가 바닥을 다지는 모습도 보인다”면서도 “우량주와 부실주의 옥석 가리기가 구조화되지 않으면 투자자의 코스닥시장 외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