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보다 재정지출 확대를"민주당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한 김중권 상임고문은 23일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층 실업문제와 관련 "청년실업은 우리경제의 미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등 국가적 파급효과가 심대하다"며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을 통해 국내경제의 고용흡수력을 높여 대졸 취업자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중소기업들의 고용창출 확대를 위한 지원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며 청년실업 문제해결을 집중 언급했다.
김 고문은 또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정책과 관련 "경기부양에 대한 효과가 불투명하다"며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감세보다 재정지출 확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신이 국가 경영을 잘 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적 대통령"임을 강조하는 김 고문으로부터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대한 진단과 비전을 들어봤다.
-최근 주가회복 등 국내 경기의 조기 회복론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올 경기전망과 경제회복을 위해 우선 해결과제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올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많은 연구기관들이 상반기에 2%대, 하반기에 4%대, 전체적으로는 3%대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에는 상당히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럴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준비로서 구조조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경기부양책이 없는 구조조정 정책만으로는 자칫 우리경제의 성장 활력을 잃어버리게 될 우려도 큽니다.
현재 우리 경제의 상황을 볼 때 금리인하 등 금융정책으로는 투자나 소비를 증가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재정정책을 생각해 보아야 하는 데 감세보다는 재정지출 확대가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감세의 경우 단순히 경기부양이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세율구조와 소득분배라는 큰 틀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합니다. 경기부양 효과도 불투명합니다.
-대학 졸업자들이 취업을 못해 발을 구르고 있습니다. 청년실업 해결을 위한 대안은 무엇입니까.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을 통해 우리경제의 고용 흡수력을 높여야 하겠습니다. 또한 중소기업이 청소년 고용을 확대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편으로는 학교와 기업간의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향후 우리경제 성장의 주축이 될 수 있는 정보기술(IT)산업이나 생명기술(BT)ㆍ환경기술(ET)ㆍ나노기술(NT) 부문에서의 직업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고졸 실업자에 대한 정책 배려도 필요합니다.
-현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재벌정책의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경제발전을 주도적으로 이끌 기업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이 주어져야 하며 이러한 방향에서 재벌정책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다만 공정거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활동은 엄격하게 제재를 가해 건강한 시장경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증시활성화를 위한 방안이 있으신지요.
▲경제상황을 정확히,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시스템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공정거래 행위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흩뜨린다는 점에서 강력한 규제를 가해야 합니다. 정부도 주식시장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인위적인 부양책을 남발하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내부적으로는 통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야당은 정치적 목적의 무분별한 공세를 중지해야 합니다.
정부도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끈기를 가지고 착실히 남북관계 개선을 이룰 수 있는 방안들을 마련해야 합니다. 북한측의 대응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고 대북관계 개선의 방향이 왔다갔다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최근 가계 부채와 개인 신용불량자 급증이 또 다른 경제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는데요.
대책은 무엇입니까.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대응책으로 소비심리를 억제하는 정책보다는 신용불량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금융권이 가계대출에 있어서의 신용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며 무분별한 카드 남발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내년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정치권이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 각종 선심성 공약을 남발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역대 각종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으로 예산이 일부 불합리하게 운용되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공약들이 단순히 유권자의 표만을 의식한 것으로 낭비의 소지가 있다는 식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공약이라는 것 자체가 후보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비전이요 청사진입니다.
문제는 비전과 청사진을 실천하는데 현실의 한계와 어떻게 절충시키며 어떻게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그 결정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느냐 입니다. 이것이 리더십의 요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국민경선제, 당권ㆍ대권분리 등 일련의 개혁적 조치와 하반기 대선에 대한 전망을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 우리 민주당은 국민경선제ㆍ당권과 대권의 분리 등 혁명에 가까운 정치개혁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당의 경우 대통령후보 선출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지리라 보고 있으며 그럴 경우 어느 후보자가 되었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올 대선은 사실상 '3김시대' 이후의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지금 3김식 패러다임과 잣대로 올 대선에 임하려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얻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올 대선은 과거와 같은 '카리스마적 대통령'이 아니라 누가 국가경영을 잘 할 수 있나, 누가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데 적합한가 하는 'CEO적 대통령'을 뽑는 장이 될 것입니다.
권력의 분산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그 동안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판을 받을 만큼 권력이 집중되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정당의 운영도 경직되고 비민주적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