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CEO 삶 그리고] 정규수 삼우이엠씨 회장

"81년 석유파동때 '흑자부도' 이겨내며 댐식경영 교훈 터득했죠"<br>"자금 준비했다 필요할때 사용" 부채율 72% 우량사로 日서 특수패널 몰래 들여와 반도체 클린룸 사업 성공



“사업이 잘 된다고 해서 무작정 돈을 쓰면 정작 어려울 때는 어떻게 고비를 넘기겠습니까. 물을 가득 채워두었다가 꼭 필요한 때만 내보내는 댐처럼 자금을 충분히 준비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댐식 경영’을 해야 합니다.” 반도체 클린룸용 첨단 패널 등 건축 내외장재 전문생산업체인 삼우이엠씨 정규수(63) 회장이 목숨을 걸고 지켜 온 경영 철학이다. 이른바 ‘댐식 경영’으로 알려진 그의 경영 철학은 아이러니하게도 정 회장이 부도 위기를 맞으면서 터득하게 된 교훈이기도 하다. 한양대 건축공학과 65학번 출신인 정 회장은 석유파동과 기이한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 70년 1차 석유 파동 때는 대학을 막 졸업했지만 일자리가 없어 고학력 미취업자의 설움을 맛봐야 했다. 10년 후 찾아온 2차 석유파동 때는 납품을 하고 받은 어음들이 휴지조각이 돼 흑자 부도를 맞는 고비를 겪기도 했던 것. 정 회장은 “건축설계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면서 “차라리 내가 회사를 차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71년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경량 파티션(이른바 ‘벽 칸막이’)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수요가 별로없어 고전하다 75년 이후 삼성본관과 대우센터 등이 들어서면서 회사가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3년이 넘게 부인이 강사 일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 갔다. 납품이 늘어나면서 정 회장은 77년 삼우산업사를 설립,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제품개발 등에서 남들보다 한 발 앞선 만큼 사업은 날로 번창했다. 그러다 2차 석유 파동과 함께 위기가 찾아 왔다. 1981년 10월12일. 회사가 부도난 것. 정 회장은 채권단을 찾아 다니며 그 동안 투명경영을 해 온 자신을 믿어달라고 호소,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평생 그의 경영 철학으로 삼게 된 ‘댐식 경영’을 배우게 됐다. “부도를 해결하기 위해 정신 없이 돌아다닐 때 우연치 않게 신문에서 일본 마쓰시타전기의 창업자인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의 ‘댐처럼 경영하라’는 글귀를 보고 자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즉 꼭 써야 할 곳이 아니면 쓰지 않는 철학을 얻게됐다.” 그의 3불(不) 정책도 맥을 같이 한다. 이는 거래를 하지 않아야 할 기업 유형 3가지로 ▦역사가 짧은 기업 ▦재무제표가 나쁜 기업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기업 등이다. 그 덕분인지 삼우이엠씨는 부채비율(2005년말 현재)은 72%, 유보율은 936%의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부도이후 회사가 차차 정상화되면서 정 회장은 반도체 클린룸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반도체 산업의 미래 성장성을 미리 간파한 정 회장은 기술 선진국인 일본을 수시로 찾던 중 우연치 않게 한 공장에서 특수 판넬을 보면서 “바로 저거야!”라는 직감을 얻었다는 것. 그는 바닥에 떨어진 판넬 조각을 옷 속에 몰래 숨겨 들어왔고 결과적으로 오늘날 삼우가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클린룸용 무정전 판넬 제작의 단초가 됐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현대판(版) 문익점’이라는 별칭도 따라 다닌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정 회장은 다산의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실천하는 의미에서 지난 95년 이천정보여자고등학교(현 다산고)를 설립했다. 정 회장은 “사업 초기 새로운 선진 기술이나 선배의 존재가 무척 아쉬웠던 만큼 이제는 내가 배운 기술력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길을 열어 둔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목표-“10년내 15개 해외지사 설립·매출1조 달성” 건축자재 생산ㆍ설비업체로 출범한 삼우이엠씨는 현재 반도체 공장과 TFT-LCD 공장, 바이오 공장, 생명공학연구소 등 청정시설에 들어서는 클린룸용 첨단 패널과 첨단 커튼월 자재 등 특수 기능성 내ㆍ외장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첨단 내ㆍ외장재 생산을 위한 자동화제조시설을 확보하고 클린룸용 SGP(Steel Gypsum Partition)와 무정전 복합패널, 알루미늄 외장패널, 곡면특수천장패널 등을 개발,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이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의 외장재로 쓰이는 커튼월 사업에서도 인정을 받아 도곡동 타워팰리스, 목동 하이페리온 등 60층 이상 초고층 건물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미려한 지붕도 삼우의 손을 거쳤다. 특히 최근 개발한 차세대 공법 ‘노코킹시스템’은 아직 선진국에서조차 상용화되지 않은 선진 기술로 삼우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다. 삼우이엠씨는 또 설계시공 엔지니어링 전문업체인 휴먼텍코리아와 반도체 관련 업체인 인프니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10년 안에 15개 해외 지사 설립과 매출 1조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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