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대우그룹 여신 등 신규 부실채권 발생이 불가피한 만큼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반면 재정경제부와 금감위측은 현행 지원금액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이에 따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수십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집행을 놓고 정부당국이 치밀한 계산없이 서로 말만 앞세워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공적자금 추가투입 필요한가=공적자금 추가투입에 대한 논란은 먼저 청와대에서부터 불거져나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0일 『국내은행의 자산건전성 기준을 국제수준으로 높일 경우 추가로 늘어날 부실채권 규모는 대우채권을 포함해 25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공적자금의 추가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李수석은 덧붙여 『추가로 발생하는 부실채권의 대손충당금 가운데 절반은 은행 스스로 해결하고 나머지 절반은 공적자금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대손충당금의 비율에 따라 7조원 내외의 추가 자금투입이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실제 공적자금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재경부와 금감위의 의견은 이와 다르다. 부실채권이 더 늘어나더라도 은행의 자구노력을 통해 현행 공적자금 규모 내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지창(柳志昌)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은 『부실채권이 발생할 경우 우선 채권은행이 해외DR 발행이나 증자·이익전환 등을 통해 충분한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그래도 적정 BIS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에 한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이지 무조건 대손충당금의 절반을 공적자금으로 채워주는 게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柳국장은 또 『은행들이 영업이익 전환이나 증자·DR발행 등을 통해 자 본을 확충할 경우 부실채권이 발생하더라도 BIS비율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헌재(李憲宰) 금감위원장도 국회답변을 통해 『신규 부실채권 발생으로 인해 20조~25조원의 추가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공적자금 투입은 이미 책정한 64조원의 한도를 넘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남아 있는 공적자금 재원이 24조원에 달하는데다 앞으로 환수할 금액까지 감안한다면 추가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공적자금 운영실태=64조원의 공적자금 가운데 51조1,000억원은 이미 지원됐으며 12조9,000억원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지원된 51조원 중에서 11조6,000억원이 회수돼 실제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 24조5,000억원에 달한다.
재경부는 앞으로의 공적자금 수요를 성업공사 6조8,000억원 예금보험공사 13조8,000억원 등 20조6,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국 수요보다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추가 부실채권 왜 생기나=앞으로 추가 부실채권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올 연말부터 「미래 상환가능성에 따른 여신분류 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자산건전성 기준상 정상여신으로 분류되더라도 차후 상환능력이 불투명할 경우 요주의여신이나 고정여신으로 분류, 2~20%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부실채권이 갑자기 늘어난 게 아니라 기준을 달리 적용함에 따라 부실범위가 확대되는 것일 뿐』이라며 『아직 늘어나는 충당금의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미리 나서 공적자금 투입 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종석기자JS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