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나'에서 우리'로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 ‘우리’라는 표현보다는 ‘나’라는 호칭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인터넷에서 모바일까지 스피드 문화가 자리잡다 보니 오히려 그러한 현상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의 정치ㆍ문화ㆍ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가 미국을 벤치마킹 모델로 삼다 보니 나온 현상일 법도 하다. 지난주 우리나라 출판시장에 눈에 띄는 신간이 한 권 나왔다. ‘나에서 우리로’. 지난 95년 캐나다에 사는 학생 신분이었던 마크와 크레이그 킬버거 형제가 ‘어린이에게 자유를(Free the Children)’이라는 자선단체를 만들고 난 후 10년간 그들이 경험한 것을 리처드 기어나 제인 구달 등 뜻을 같이하는 유명인사들의 글과 함께 소개한 책이다. 사실 학생 신분이었던 이들이 중남미와 태국 등 제3세계 국가들을 방문하면서 체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함께하는 삶’을 실천해왔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다. 이 모임은 이제 35개국 100만명의 어린이를 도울 정도로 힘을 얻고 있다. 서구적인 문화에 익숙해진 우리 사회도 예전에 비해서는 ‘나눔’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월급쟁이들이 연말정산 때 세금 정산용으로, 혹은 곧 다가오는 설날처럼 ‘때 되면 으레 하는 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권을 비롯해 여러 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기부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설날을 앞두고 이 같은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기부문화를 선진화하는 것은 나보다 ‘우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우리 공동체 문화를 생각해도 절실하다. 재벌 기업들이 사회적인 인식을 의식해 참여했던 과거와 달리 금융권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선진국에 비해서 여전히 ‘전시 효과’를 중시하는 일과성 행사가 더 많다. 일례를 보자. 제너럴일렉트릭이나 GM 등 세계적인 기업들은 임직원이 평일에도 사회봉사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에게 일정 금액의 수당까지 지급하고 있다. 기업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기부문화가 바뀌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자선 재단은 ‘마이크로소프트 재단’이 아니고 ‘빌 게이츠 재단’이며 철저하게 그의 사비로 운영된다. 우리가 배워야 할 진정한 ‘선진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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