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 리뷰] 션사인

죽어가는 태양을 구하라


'선샤인'은 스코틀랜드 젊은이들의 방황을 그린 청춘 영화 '트레인스포팅'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대니 보일의 신작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출세작 '트레인스포팅'처럼 활기 넘치는 영화는 아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해 태양을 향하는 우주선의 여정을 그린 이 영화는 좁은 우주선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적극 활용해서 인물들간의 심리전을 극대화시킨 영화다. 때문에 '트레인스포팅'보다는 살인 사건을 둘러싼 친구간 심리전을 그린 그의 데뷔작 '쉘로우 그레이브'를 좀 더 연상케 한다. 영화는 가상의 미래인 2057년을 배경으로 한다. 태양이 수명을 다해 죽어가고, 이 때문에 지구는 멸망의 위기에 처한다. 이에 인류는 최후의 수단으로 태양에 거대한 핵폭탄을 투하, 폭발을 일으켜 태양을 재점화 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8명의 대원을 실은 이카루스2호가 태양을 향해 출발한다. 목숨을 건 오랜 비행 끝에 마침내 태양에 도착한 이카루스 2호. 그런데 태양에 근접했을 무렵 의문의 조난신호가 포착된다. 이는 수년 전 같은 임무를 띠고 태양에 보내졌다 실종된 이카루스 1호가 보내온 것. 이에 대원들은 이카루스 1호를 찾아 우주선에 들어가지만 그곳에 남아있던 정체불명의 생물체에 의해 대원들이 하나 둘 씩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빨간 태양빛이 작품전체의 이미지를 아우르는 독특한 감각의 화면과 킬리언 머피, 로즈 번, 양자경 등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영화다. 한정된 공간에서의 공포를 전달하는 배우들의 대사, 몸짓과 서정적이고 시적인 화면과 음악이 잘 어울린다. 덕분에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묘한 영화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작품이 담고 있는 철학적 메시지도 이런 영화의 세기말적 분위기 덕분에 한층 살아난다. 애석하게도 줄거리는 그다지 촘촘하지 못하다. 지구의 운명을 짊어졌음에도 충동적 행동을 서슴지 않은 인물들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들과 수많은 우연들이 영화 스토리 전체의 긴장감을 훼손한다. 때문에 마지막 반전의 개연성도 그만큼 떨어지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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