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명의대여자가 재산처분해도 처벌못해"

대법원 판결 "민사책임은 물을 수 있어"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부동산을 마음대로 처분하고 그 돈을 챙겨가더라도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 2003년 곽모(여)씨는 경기도 화성에 있는 5억원 짜리 땅을 사기로 계약을 맺고 계약금과 중도금 2억7,700만원을 지불했다. 곽씨는 명의만 빌려줬을 뿐 실제 돈을 낸 사람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전모씨였다. 그러나 잔금이 부족해 결국 계약을 해지하고 곽씨는 2억6,400여만원을 돌려 받았다. 곽씨는 이 돈을 전씨에게 주지 않고 개인 용도로 사용해 버렸다. 이에 전씨는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에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명의 신탁 약정 자체가 무효이기 때문에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타인의 재산을 보전ㆍ관리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명의 신탁자의 허락 없이 대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했거나 반환을 거절했다고 해도 이를 횡령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형법상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다. 이에 따라 수탁자가 그 재물을 빼돌렸다 하더라도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민사상의 책임은 물을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명의신탁 약정 무효로 인한 통상의 부당이득반환 부담의무는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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