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토종금융기관 外資 먹잇감 노출"

보호장벽 사라져 글로벌 기업들과 정면대결 불가피<br>자본시장 통합법·韓美FTA 체결등 '자충수' 불보듯




정부가 자본시장통합법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골드만삭스ㆍ메릴린치를 육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고 그 말이 곧바로 언론의 헤드라인으로 뽑혔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오히려 뉴욕 월가 투자은행(investment bankㆍIB)의 양대 산맥인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가 한국 은행산업에 뿌리를 내리는 토양을 제공하는 역기능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미국계 IB들이 미국 국내법에 따라 진출하지 못하던 상업은행(commercial bank) 부문을 한국에서 진출할 기회를 얻는 것은 글로벌 관행상으로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굴지의 글로벌 IB가 한국에 몰려드는 것은 한국 시장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오는 2008년 시행될 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과 한미 FTA 협상에 따른 금융시장 개방을 외국계 금융사들이 신규로 진출하거나 사업을 확대하려는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금융업권간 장벽 철폐와 시장개방이 외국계 금융사들의 영업확대는 물론 선진 금융상품을 도입하는 데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것. 이 법이 시행되면 증권ㆍ선물ㆍ신탁 등을 아우르는 신개념의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또 매매ㆍ중개ㆍ자산운용ㆍ투자자문 등의 종합금융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경영전략팀장은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면 증권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외국계 IB들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 지점을 낸 외국계 은행은 모두 37개. 대부분 기업 대상의 외환 관련 영업을 주로 하고 있다. 소매금융은 기업간 거래를 처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국내 은행업 진출 의사를 밝힌 메릴린치는 중장기적으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개인금융 분야에 진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메릴린치가 증권 분야를 결합한 종합금융서비스에서 강점을 갖기 때문에 증권거래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에 은행 고유기능인 결제나 대출 등을 결합할 경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영업형태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국내 은행권 관계자들의 우려다. 외국계 은행으로 먼저 한국에 진출한 한국씨티은행의 하영구 행장도 최근 뉴욕에서 이 같은 우려를 밝힌 바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한 관계자는 “다수 외국계 은행들이 현재 기업금융 중심에서 앞으로는 개인금융(PB) 영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설립을 서두르는 외국계 금융사들은 퇴직연금 시장과 복합금융서비스 제공, 장기적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JP모건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퇴직연금 시장이 1차적인 진출 목적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선진국 대형 IB들이 한국에 발판을 만들려는 데는 정부의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이 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적 IB의 한국 시장 진출은 앞으로 가속화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 접촉해오지는 않았지만 은행업 인가를 준비 중인 곳이 몇 개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남은 과제는 국내 금융사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국내 은행은 물론 금융사들이 외국계 금융사에 맞설 경쟁력을 사전에 확보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내에서 벌어질 ‘국제 대전’에서 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우리보다 먼저 자본시장을 통합하고 시장을 개방한 영국의 경우 주요 증권사 25개 모두 외국계 금융기관에 인수되거나 폐쇄됐다.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외국계 금융사 비중이 급속히 증가했다. 민간금융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이나 한미 FTA 발효가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보호장벽을 낮춰 선진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직접 경쟁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국내 금융기관이 미국 대형 금융사에 인수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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