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KEB하나은행, 출범 하루 전 수신금리 인하… 왜?


리테일 부문 진검승부 예고… 지점 309곳 늘어나며 자신감

예·적금 금리 0.05~0.30%P↓


각종 서비스 등 차별화 내세워 국민·신한 등과 본격 경쟁 돌입


KEB하나은행이 공식 출범을 하루 앞두고 수신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여타 은행들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및 오는 10월 실시되는 계좌이동제 등과 관련한 셈법으로 추가 수신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가운데 하나은행의 이 같은 결정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이날 주요 예·적금 상품 금리를 0.05~0.30%포인트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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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나눔만기 적금'의 경우 1년 만기 상품이 1.90%에서 1.80%로, '나의소원적금'은 1.70%에서 1.60%로 떨어졌다. 정기예금 상품은 하락폭이 더 컸다. '빅팟 정기예금'의 경우 1개월 만기 상품이 1.40%에서 1.10%로, 1년 만기 상품은 1.50%에서 1.40%로 각각 떨어졌다. 'e플러스 정기예금'은 1개월짜리 상품이 1.60%에서 1.40%로, 1년짜리 상품은 1.70%에서 1.60%로 떨어졌다. 특히 6개월 이하의 거치기간이 짧은 정기예금 상품 금리 인하폭은 0.20~0.30%를 기록, 1년 이상의 장기 상품 금리 인하폭을 크게 웃돌았다.

하나은행은 지난 6월11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후 벌써 수신금리만 세 차례 인하하는 등 어느 은행보다 금리를 빠르게 낮추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수신금리에 손을 대고 있지 않은 대다수 은행과 수신금리를 인상한 씨티은행 등의 사례와 비교하면 여러모로 다른 움직임이다.

하나은행의 이 같은 금리 전략은 외환은행과의 통합으로 생긴 리테일 부문에서의 자신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은행은 국민·신한·우리 등과 함께 국내 4대 은행으로 꼽히지만 리테일 부문에서만큼은 이들과 격차가 상당했다.

실제 국민은행의 국내 점포는 1,000개가 넘고 우리·신한은행 역시 800개 안팎의 지점을 보유한 반면 하나은행은 568개의 지점만 보유해 587개의 국내 지점을 가진 IBK기업은행에도 못 미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타은행에 비해 예·적금 금리를 0.1~0.2%포인트가량 높게 주는 방식으로 고객 관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이 외환은행 309개 지점을 흡수함에 따라 지점 수에서도 경쟁사를 넘어설 만큼 덩치가 커졌다.

금융권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란체스터 법칙'을 종종 언급했던 만큼 KEB하나은행이 이번 수신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리테일 쪽에서 시너지 창출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란체스터 법칙은 전력에 차이가 있는 양측이 전투를 벌인다면 전투 후 전력의 격차는 원래 전력 차이의 제곱만큼 난다는 법칙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자산가 대상의 자산관리 등에서는 우위를 보였지만 리테일에서 만큼은 타행과 격차가 컸었다"며 "KEB하나은행이 수신금리를 타은행 수준으로 내린 것은 향후 타행과 각종 서비스 등을 바탕으로 한 '진검승부'를 해보자는 의미로 보인다"고 밝혔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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