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No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한국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도 슬금슬금 오르는 기름값 때문에 시민들의 주름살이 늘어가고 있다. 기자가 사는 북부 뉴저지에서 휘발유가격은 갤런(3.78리터)당 3.1달러 안팎으로 승용차를 가득 채우면 42~44달러가 든다. 인근 뉴욕의 휘발유값은 갤런당 3.5달러가 넘는다. 비싼 땅값과 더 높은 소비세율이 원인이다. 그래서 북부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잡은 주유소들은 출퇴근 무렵이면 기름을 넣으려는 차로 장사진을 이룬다. 미국의 평균 휘발유가격은 14일 기준으로 갤런당 3.13달러. 1년 전 2.62달러에 비해 부담이 크게 늘었다. 기름값을 아끼려고 카풀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도 늘었다. 비싼 기름값은 중산층 이하 서민을 더 힘들게 한다. 미국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유류비의 비중은 소득계층 하위 60%는 평균 12%인데 비해 상위 10%에는 3%에 불과하다. 기름값뿐만 아니다. 모든 생필품의 가격 상승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고통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지난달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공개시장위원회가 끝났을 때, 미 언론의 관심사는 회의 결과보다는 물러난 토머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역할을 누가 맡을까였다. 결과는 아무도 그를 대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회의에서는 만장일치로 제로금리의 유지와 6,000억달러의 국채매입을 지속한다는 정책방향이 결정됐다. 만장일치로 연준의 통화정책이 결정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양적완화에 비판적이었던 연은 총재들도 막상 통화정책에 대한 투표권을 가지게 되자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호니그는 지난해 공개시장위원회에 8번 참석해 8번 모두 기존의 통화정책에 반대한 기록을 남겼다. 많은 경제학자와 시장관계자는 그를 경제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채 자기고집만 부리는 독불장군쯤으로 치부했다. 최근 타임은 그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올해 65세로 정년을 맞은 그는 이 기사에서 18년간의 연은 총재직을 포함해 지역 연은에서 수십 년 동안 일하면서 1970년대 말 두 자릿수의 물가상승이나 1987년의 주식시장 붕괴 등 잘못된 통화정책에서 비롯된 후유증을 봐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통화팽창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며 양적완화는 미국과 전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서 얼마간 고통스럽더라도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것이다. 불행히도 호니그 총재의 주장은 여전히 공명을 일으키지 못하는 듯하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서도 변동성이 높다는 이유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핵심물가를 근거로 미국의 물가는 안정된 상태이며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없다는 말만을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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