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각국 수출회복노려 방어 소극적/동남아 외환위기 왜 지속되나

◎“이기회에 자연 평가절하 유도”/금리인상 등 인위적개입 안해지난달 초 시작된 동남아의 외환위기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 아시아 각국들이 태국에 1백7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결정했음에도 동남아 통화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남아에서 가장 안정적인 통화로 여겨지던 싱가포르달러도 달러에 대해 37개월내 최저치를 보이는 등 외환위기가 오히려 주변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엔 외환위기가 북상, 홍콩도 국제 투기꾼의 공격을 받아 홍콩정부가 수시간동안 10억달러를 쏟아부은 사실이 밝혀져 아시아 전체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이른바 동남아국가연합(ASEAN)중 유일하게 관리변동환율제를 고집해왔던 인도네시아도 14일 자유변동체제로 전환한다고 발표하면서 루피아화는 단숨에 5.5% 나 떨어지기도 했다.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도 인도네시아의 발표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당 2.7600링기트에서 2.7765링기트로 급락했다. 외환위기의 진앙지였던 태국의 바트화가 진정되면서 투기세력을 포함한 외환딜러들의 초점이 불안정하게 요동치는 인근 국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동남아 통화급락은 1백70억달러(중국지원액 포함)라는 국제사회의 대태국 지원금이 곪을대로 곪아있는 태국경제를 정상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인데 따른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렇다보니 태국 금융위기의 불똥이 인근 국가로 튈 수 있다는 불안이 팽배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미국, 유럽 등 비아시아국가들까지 나서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여기다 태국이 IMF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세금인상과 동시에 긴축재정을 취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이럴 경우 바트화의 평가절하로 수출이 회복, 숨통이 트이던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투기세력으로부터 바트화를 방어하기 위해 지난 5월 도입한 자본통제조치도 해제하는 조건까지 있어 외환관리는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통화급락에 대해 동남아 각국들은 아직까지 통화 방어에 온힘을 쏟고 있지는 않다. 싱가포르의 중앙은행격인 통화청(MAS)은 최근 몇주간 통화가치가 5%정도 하락했지만 현 수준에 만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남아 정부들은 금리인상 등 인위적인 개입을 통해 통화를 보호하기 보다는 그동안 달러에 연동돼 고평가된 통화의 자연적인 평가절하를 유도, 수출주도형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따라서 당분간 동남아 통화는 달러에 대해 약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는 지난 7월 이후 달러화에 대해 25%가량 폭락한 태국의 바트화는 사태여하에 따라 올해말까지 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과거 달러와 연동돼 고평가됐던 동남아 통화들이 적정한 수준을 찾고 태국의 경제회복조치가 서서히 성과를 거둘 경우, 안정스런 외환시장 체계를 갖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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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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