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구방안] 재계반응"금융불안 기업탓" 정부시각에 불만
재계는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에 대한 퇴진 요구로 상징되는 정부의 재계에 대한 공세 및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 등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같은 불만의 초점은 철저하게 정부쪽에 맞춰져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물론 지배구조 개선 등 재계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을 기업쪽만에서 찾는 것은 명백한 오류라고 입을 모은다.
A그룹관계자는 『지금은 금융시장의 위기라기보다는 정부 경제팀의 위기로 보아야 한다』며 『이는 경제 및 금융팀의 자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행태는 교통정체의 원인을 운전자에게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교통정체 현상을 도로망 확충 등을 통해 해결하는 것 처럼 정부는 시스템 개선 및 정비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며 『당면과제는 금융시장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 개혁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의 정부 대응은 금융시장 불안의 원인을 모두 기업쪽으로 돌리고 있어 마치 마녀사냥을 연상케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B그룹의 한 임원은 지난 26일 오후 열렸던 경제장관 회의의 결론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정부 및 채권단, 재계가 힘을 합쳐도 문제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제, 『일부 정부관계자의 눈밖에 났다고 해서 이름을 거론해 가며 갈아치울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시장논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구두선처럼 강조하는 전문경영인체제의 정착과도 배치된다는 말이다.
이와관련 현대건설, 현대상선에 대한 주거래은행의 자금지원은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현대 일부 계열사의 유동성문제와 관련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을 제거할 호기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적지않다.
전경련의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표면화된 현대문제는 정부와 금융권이 밝힌대로 대우사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데다 그동안 무성한 루머로 시장을 불안하게 했던 요인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간부도 『불안요인은 숨기고 있으면 문제지만 드러내면 수습의 가닥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는 법』이라면서 『이번처럼 루머가 금융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 역시 시장이 납득할 만한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C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현대관련 루머가 자금시장에 광범위하게 유포되면서 시장이 요동친 것이 사실』이라며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이상 현대도 신속한 계열분리, 정주영명예회장의 경영일선 퇴진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정문재기자TIMOTHY@SED.CO.KR
정문재기자TIMOTHY@SED.CO.KR
입력시간 2000/05/2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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