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규제 푼다는데…매물만 늘어 집값 추가하락할수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 매수세는 사실상 실종<br>종부세·양도세등 세제 완화해야 수요에 숨통<br>"본격 규제풀기의 시작" 조심스런 전망도



“집값은 심리로 움직이는 건데 요즘 경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아직 풀지도 않은 규제 때문에 값이 뛰거나 수요가 붙겠습니까.” 정부가 지난 10일 재개발ㆍ재건축 아파트의 소형ㆍ임대 의무건립 비율과 전매제한 완화 방침을 밝힌 것은 지난 2003년 5ㆍ23 대책 이후 5년간 유지돼온 규제 일변도의 재건축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발표 이튿날인 11일 시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시간을 두고 더 지켜봐야 겠지만 집값 상승이 한창일 때 조그만 호재에도 수천만원씩 집값이 들썩거리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은 “물가상승, 금리인상 등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어 매수세를 자극하기에는 너무 시장상황이 안 좋다”면서 “아직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푼다는데 왜 조용할까=정부의 재건축ㆍ재개발 규제 일부 완화 방침에도 시장의 변화는 거의 포착되지 않고 있다. 급매물 철회나 호가 상승 등 매도자들의 기대심리를 읽을 수 있는 어떤 움직임도 없다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다. 정부의 대책 자체가 확정적이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따른 ‘유동적’ 방침인데다 재개발ㆍ재건축은 분양가상한제 완화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강남권 재건축의 추진 동력 상실이 기존 집값 하락과 개발이익환수제ㆍ분양가상한제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핵심 이유라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사업구도 변화 없이 부분적인 소형ㆍ임대 의무비율 완화만으로 사업에 활력을 불어 넣긴 힘들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가 전매제한 완화를 검토하고 나서면서 재건축 아파트 가격 하락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조합설립인가가 난 재건축 추진단지의 경우 2003년 12월31일 이후 조합원 자격을 취득한 경우 전매가 금지되며 기존 조합원 역시 1회만 전매를 허용해왔다. 이 규제가 풀릴 경우 오히려 그동안 묶여 있던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분담금 문제로 재건축 추진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서울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 내 B공인의 한 관계자는 “80% 이상이 이미 손바뀜이 이뤄져 거래가 불가능한 물건들”이라며 “수요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매물이 늘어나면 값이 더 내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수요 심리 살아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최근의 경제상황도 집값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금리는 뛰는데 경기는 계속 악화되다 보니 수요가 얼어붙어버린 상황에서 매수세가 살아나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년 전 2억여원을 대출받아 잠실동 주공5단지 아파트를 샀던 최모씨는 “금리가 하루가 다르게 뛰다 보니 대출 부담이 너무 크다”며 “집을 팔고 싶어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으니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부분 강남권 재건축 추진단지가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부과대상인 6억원을 넘고 있어 세제 완화를 통해 수요에 숨통을 터주지 않는 한 정부 대책으로 값이 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한건설협회의 한 관계자는 “보유와 거래 모두 엄청난 세금 규제에 묶여 있다 보니 집을 사서 보유하는 것은 물론 파는 길조차 막혀 있다”며 “종부세든, 양도세든 어느 한쪽은 숨통을 터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번 규제완화 방침이 시장 상황에 따라서는 좀더 큰 폭의 규제완화로 확대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이후 사실상 금기시돼왔던 ‘재건축 규제완화’가 정부 차원에서 처음 언급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계속 필요성이 제기돼 왔음에도 집값 상승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발목이 잡혀 있던 재건축 규제완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번 정부 입장은 재건축에 대한 규제완화 메시지가 나왔다는 게 중요하다”며 “악재가 사라진 만큼 실망매물 등이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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