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치매를 `노망`이라 부르며 나이가 들면 필연적으로 오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많은 의학적 연구결과 노인의 중추신경계 질환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사회적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환자 가족들만 정신-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 그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황폐해 가는 인격을 바라보며 어떻게 간호해야 좋을지 우왕좌왕하거나 자신이 여태까지 해온 방법이 맞는지 의문을 던지면서 힘겹게 환자들을 돌본다.
그런 의미에서 `내 신발이 어디로 갔을까 `는 단순한 치매 병상기록이나 간호일지가 아니라 생의 마지막 지점에서 치매라는 복병을 만나 무너져 가는 아버지를 돌보면서 겪는 시련과 고난을 생생하게 담아 내 치매가족은 물론 누구에게나 잔잔한 감동을 준다.
치매 환자인 아버지의 존엄성과 저자 자신의 자아와 주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특히 이 책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이 겪는 무거운 짐을 덜어 주고 그 길을 같이 걸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삼 남매 중 막내딸인 브렌다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계신 친정아버지가 언제부턴가 자신의 건강이나 위생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 얼마 있지 않아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무심하고 이기적인 언니, 오빠를 대신해 치매 진단을 받은 아버지의 법적 대리인이 된 브렌다는 아버지의 남은 생을 전적으로 돌보고 책임지기로 하면서 아버지를 자신의 집으로 모셔 와 남편과 함께 돌본다.
아버지는 집 안에서 늘 신발을 신고 있는데 이들 부부는 언제나 그것을 벗어 달라고 부탁을 한다. 언제나 신발을 신고 있는 아버지는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신 상태에 놓여 있다. 급기야 이들 부부는 아버지가 잠자리에 들면 몰래 신발을 감추어 놓고, 치매로 인한 불면증과 배회 습관으로 밤마다 달그락거리며 돌아다니는 아버지는 새벽에 깨어나 `내 신발 어딨냐`며 묻고 또 묻는다. 치매로 시간감각을 상실한 아버지는 시도 때도 없이 날이면 날마다 `내 신발 어딨냐`는 말로 하루를 시작하고, 이들 부부는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에 이른다.
전문 컨설턴트로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해 오던 브렌다. 정신이 허물어져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일체의 활동을 접고, 그녀의 생활도 점점 바뀌어 간다. 노화 센터에서 아버지의 정신 상태를 측정하고, 약물 임상실험에 참여 시키고 아버지의 사회성을 찾아 주기 위해 탁노소에 보내는 등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병은 점점 악화한다.
한계를 깨달은 브렌다 부부는 치매 환자 가족 모임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결국 전문 요양시설로 아버지를 보내게 된다. 그곳에는 가족보다도 아버지를 더 잘 돌볼 치매 전문가들이 상근하고 있지만 브렌다는 자기 부모를 차가운 타일 바닥과 흰 벽, 소독약 냄새가 풍기는 시설에 보내는 것을 괴로워한다.
한편 그곳에서 아버지는 탈출소동을 벌이고 부적절한 성적 행동으로 시설 직원과 가족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어느날부터 아버지는 면회를 가도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린다. 이런 아버지에게 브렌다는 그간 아버지를 돌보면서 겪은 일을 담고 있는 이 책을 선물한다. 아버지는 책을 받아 들고 읽기 시작한다.
<박상영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