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그래도 수출이 힘이다] (1) 베이징을 질주하는 '엘란트라 위에둥'

석달째 풀가동 베이징현대차 "그래도 일손 모자라요"<br>中정부 부양책과 현대車 유연한 생산시스템 시너지 발휘<br>두달연속 사상최대 실적… 글로벌 메이커 감원·감산과 대조<br>품질보다 선호도서 도요타에 밀려 브랜드가치 제고는 과제


봄기운이 완연해진 지난 26일 오전10시(현지시각) 베이징 수도국제공항 인근 순이구(順義區)에 위치한 베이징현대자동차 제2공장에서는 빨간색 ‘엘란트라 위에둥’이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의장공정 라인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날렵한 맵시의 차체는 온통 꽃다발과 풍선으로 치장됐고 앞유리에는‘100,000’이라는 숫자가 큼직하게 붙어 있었다. 이 차는 올 들어 이 생산라인에서 10만번째로 탄생한 주인공. 사상 최고의 생산기록 돌파를 자축하기 위한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의 얼굴에서는 불황의 그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베이징현대차의 최근 실적은 눈부시다. 2월 자동차 판매량은 3만2,008대로 전년 동기 대비 72.3% 늘면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고 3월에도 이 여세를 몰아 4만대 생산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현대차 순이공장의 김현수 부장은 “중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 부양책이 소형차에 강한 현대차에 유리하게 작용했고 여기에다 현대차의 유연한 생산 시스템이 강점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상황(정책) 변화에 능동적인 능력(생산유연성)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설명이었다. ◇하루 생산시간 넉달 사이 3배 늘어=베이징현대차 제2공장은 올 들어 주문량이 급격하게 늘면서 생산 라인이 풀가동된 지 벌써 석달째다. 생산 라인에서는 중국형 준중형 모델인 엘란트라 위에둥이 숨가쁘게 쏟아지고 있었고 공장 밖 드넓은 대기장에는 이제 막 출고된 신차들을 옮기는 자동차 운반트럭이 분주히 움직였다. 공장의 한 직원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생산감축과 감원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베이징현대차는 오히려 주문량이 늘어 일손이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다. 시각은 어느덧 오후2시35분. 프레스 공정과 차체공정ㆍ도장공정을 거쳐 들어간 의장공정 라인에는 출고를 기다리는 자동차들이 즐비한 가운데 전광판에는 ‘가동률 100%’라고 표시돼 있었다. 현재 생산목표 293대에 투입대수는 296대로 목표를 초과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전광판에 표시된 시간당 생산대수는 38대. 현지 직원인 추이란(崔蘭)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간당 36대였으나 준중형차 수요가 늘면서 9일부터 생산속도를 두 대 더 늘려 엘란트라 위에둥을 하루 80대씩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현대차는 이와 동시에 하루 생산라인 가동시간을 기존의 22시간에서 23시간으로 한 시간 늘렸다. 2교대로 돌아가는 직원들의 조회시간 10분과 식사시간 20분을 줄인 것이다. 물론 공회(노동조합)와의 동의를 거쳐서다. 이에 따라 하루 780대씩 나가던 위에둥이 지금은 하루 860대씩 나가게 됐다. 회사는 더 나아가 오는 4월6일부터 생산속도를 하루 38대에서 46대로 높이고 생산직원 200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는 베이징현대차 특유의 생산 유연성에 힘입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김 부장은 “지난해 8월 베이징올림픽 기간 중국 정부가 강력한 교통통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 하루 조업시간이 8시간으로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올 들어서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며 활짝 웃었다. ◇중국 정부의‘자동차부양’도 호재=베이징현대차의 실적호전은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의 강력한 산업지원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중국 정부는 1월 발표한‘자동차산업진흥정책’을 통해 1,600㏄ 이하 차량의 구입세를 10%에서 5%로 낮췄으며 기름 값도 30%가량 대폭 인하했다. 또한 최근에는 ‘자동차 하향(下鄕)’ 정책을 발표, 중국 농민이 소형 승용차나 경화물차를 구입할 경우 구입가격의 10% 범위에서 최대 5,0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노재만 사장은 “요즘 베이징현대차의 중국 내 판매급증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회사의 경영전략과 중국 정부의 자동차 산업진흥 정책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면서 “특히 엘란트라 위에둥, 엑센트 등 소형차에 강점이 있어 차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도 중국처럼 자동차 경기부양 조치를 찾아보면 어떻겠냐는 의견도 제시했다. 노 사장은 “특정 산업에 대한 지원의 경우 대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겠지만 자동차산업은 고용 및 후방산업 효과가 크므로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면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지금까지 베이징현대차의 실적이 양호하기는 하나 전도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힌다. 브랜드 업무 담당인 정명채 부장은 “올 들어 베이징현대차의 실적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추세를 지속시키려면 브랜드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도요타와 현대차에 대한 선호도 조사 결과 현대차를 타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가 현대차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는 도요타 사용자의 도요타에 대한 만족도를 앞선 반면 두 차량 모두 이용해보지 않은 소비자의 경우는 도요타에 대한 선호도가 현대차를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품질이 도요타에 뒤지지 않지만 브랜드 가치에 밀려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 부장은 “이밖에도 중국 정부의 토종 브랜드 육성정책과 ‘짝퉁’ 부품 범람 등이 베이징현대차가 직면한 난제들”이라며 “이 같은 정책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어려움을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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