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미 통신재벌로 세계 최대 갑부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사진) 아메리카모빌 회장이 유럽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7일(현지시간) 아메리카모빌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34억달러를 들여 네덜란드 통신업체 KPN의 주식 24%를 사들였다고 발표했다. 모빌 측은 KPN의 평균 주가에 24%의 프리미엄을 얹어 주당 8유로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로써 총 28%의 KPN 주식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위기의 여파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유럽 통신회사 지분을 사들여 손쉽게 유럽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메리카모빌은 멕시코 통신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남미대륙을 점령했지만 수익 모델이 한계에 부딪친 상태다. 슬림 회장의 전기를 쓰고 있는 작가 호세 마르티네스는 "슬림 회장에게 지금이 유럽시장 진출의 적기"라면서 "네덜란드 시장 진출은 유럽 진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메리카모빌의 미래가 장밋빛 일색인 것은 아니다. 로이터는 8일 유럽 통신시장도 남미처럼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규제 또한 훨씬 엄격하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아메리카모빌 주가는 8% 이상 급락했다.
한편 슬림 회장의 KPN 주식매입을 놓고 단순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KPN 주가는 수익감소로 지난해에 비해 40%나 급락했는데 평소 저가매수로 수익을 올려온 슬림 회장의 투자 패턴상 이번에도 단순한 투자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