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밀레니엄 첫대선] 결과 유예 해외반응
신문회수… 축전취소… 잇단 해프닝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선거 결과 발표가 유보되고 재검표에 들어간 데 대해 해외에서는 놀랍다는 반응과 재미있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특히 시차상 개표시간이 일과시간인 한낮과 겹친 아시아지역의 경우 주요 신문들은 8일 일제히 '부시 미 대통령 당선'이란 굵은 제목의 신문을 발행하는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정상이 축전을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이날 오후 '부시 신승'이란 제하에 2만부에 달하는 호외를 발행, 도쿄(東京) 근교에 배포했다.
그러나 현지 시각으로 오후 5시가 넘어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패배 인정을 철회하고 플로리다주가 재검표에 들어갈 방침임을 밝히자 부랴부랴 신문을 회수하는 소동을 빚었다. 일부 배달원들은 지나가는 차량을 세운 뒤 상황을 설명하고 신문을 다시 거둬가기도 했다.
아시아 대부분의 방송들은 이날 하루종일 미국 현지 상황을 생중계하며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들은 고어와 부시 당선이 자국에 가져올 상황변화를 집중 보도했다. 인도 뉴델리 방송의 앵커인 프라노이 로이씨는 "정말 환상적인 선거"라며 "수천 명에 불과한 투표자가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 흥미진진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부시 후보의 당선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직후 한국, 독일, 러시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영국 등 각국 지도자들과 관리들은 즉각적으로 축하와 함께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수시간 뒤 조심스러운 입장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독일의 요하네스 라우 대통령은 부시 후보에게 직접 축전을 보내 당선을 축하하면서 차기 정부에서도 양국 관계가 발전적 방향으로 나가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부시후보의 당선 예측 보도 직후 축전을 보냈으며 인도네시아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은 부시 후보가 앨 고어 후보보다 대통령으로서 더 적합한 인물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결과가 오리무중에 빠진 뒤 서둘러 축전을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부시에게 서둘러 축전을 보낸 독일 대통령실은 자세한 논평 없이 축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또 로빈 쿡 영국 외무장관은 "부시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에게 기꺼이 축하를 보낼 것"이라면서 "당선을 전제로 영국은 그와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할 것이고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에서 교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애니 푼(46)씨는 "정말 믿기 어려운 사실"이라며 "다른 나라도 아닌 세계 최대 선진국인 미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정말 우습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호텔에서 일한다는 제니퍼 청(36)씨도 "이렇게 경솔한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냐고 경악했다.
입력시간 2000/11/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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