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도내 한 공단의 중소업체 사장을 만났다. 전통제조업에 종사하는 이 업체는 불황에도 불구, 업력 3년여만에 30여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성장해 왔다. 문제는 공장부지. 공단에 남아있는 부지가 없어 임대공장을 쓰고 있었다. 왜 미분양 단지가 많이 남아있는 다른 공단으로 가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 사장은 “임대공장을 쓸지언정 지금 있는 공단이 훨씬 낫기 때문” 이란 설명을 내놓았다.
98년 공배법이 개정되면서 완제품 업체와 부품 업체간의 협력체계 증진을 위해 임대공장이 전면 허용됐다. 이후 임대공장을 쓰는 업체는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평균 35%대로 거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임대를 원하는 업체들은 새로 사업을 시작한 제조업체들이 대부분이다. 공단 특성상 유통, 가구업체가 들어오는 일은 거의 드물다.
기실 전국 28개 공업단지 중 굳이 임대를 하지 않아도 부지를 분양 받을 곳은 많다. 하지만 일부 공단은 업체들이 임대공장을 쓰면서까지 입주하려고 하는 반면, 대불단지를 비롯한 몇몇 공단은 극히 낮은 분양률로 고심하고 있다.
업체들의 입장은 당연하다. 물류 체계면에서 아직까지 수도권 주변 공단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기 있는 수도권 주변 시화ㆍ반월공단, 남동공단은 5년간 꾸준히 입주업체가 증가, 임대가 아니면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포화상태를 이루게 된 것이다. 그나마 중소업체들에게 공장부지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던 개별입지도 올해부터 시행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인해 3,000평 미만이면 부지를 구할 수 없게 됐다. 임대공장 사용빈도가 수도권 일부 공단에만 유별나게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 임대공장의 허용이 수도권 공단의 임대공장주에게 높은 임대료라는 기득권만을 인정해 주고 새로운 사업주들에게는 또다른 진입장벽이 되어버렸다. 19세기 영국의 절대지대론을 연상케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조업은 국가산업의 근간이다. 그리고 공단은 이들 제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요람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임대공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공단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지역별로 체계적인 공장부지 공급과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현재 국가공단이 당면한 핵심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단별 산업적 인프라를 더욱 확충, 공단별로 고른 성장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지방화 시대`를 모토로 내건 새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 중 하나다.
<성장기업부 현상경기자 hs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