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해 더좋은 법률서비스 제공해야죠"

2006 '개띠' 변호사들 좌담

김재식 법무법인 우현·지산 변호사

문한성 법무법인 정민 대표 변호사

서전교 사법연수원생 2년차

병술년을 맞아 20대부터 40대를 대변하는 3명의 개띠 변호사가 임박한 법률시장 개방, 로스쿨 도입에 따른 변호사수 증가 등 법조계에 예상되는 일대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호재기자

올해 법조계는 벽두부터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란을 시작으로 사법개혁, 로스쿨 등 굵직한 개혁과제의 실행이 가속화할 예정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격변의 한 해가 예고되고 있다. 또 이르면 내년부터 시작될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가시화한 로펌간 합종연횡이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거대 파고에 맞닥뜨려 현장에서 뛰고 있는 변호사들은 정작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본지는 개띠 해를 맞아 세대별 개띠 변호사 3명을 초청해 이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봤다. 변호사 정담은 지난 30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법무법인 정민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법연수원에서 법조인 수업을 받고 있는 예비 변호사 서전교(24)씨부터 중간 세대격인 김재식(36) 변호사, 좌장인 문한성(48) 변호사는 20대, 30대, 40대라는 각 세대와 시대상을 반영한 탓인지 로스쿨 등 큰 주제부터 변호사상 등 개인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문한성 법무법인 정민 대표 변호사 "시장규모 맞게 변호사 수 통제, 고객과 신뢰관계 구축 나서야"
서전교 사법연수원생 2년차 "법률시장 개방 등 변화대비 영어 등 외국어 실력 쌓을 것"
김재식 법무법인 우현·지산 변호사 "로펌 규모·전문성 갖춰야 생존 합종연횡 더욱 가속화 할 것"
임석훈 법조팀장(사회) = 매년 신규 변호사가 1,000명씩 배출되는 데 이어 로스쿨까지 도입되면 변호사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 같은데요. ▦문한성 법무법인 정민 대표 변호사 = 90년대초만 해도 개업 변호사 수가 적어 경쟁이 덜 했습니다. 요즈음 경쟁이 세지고 있다고 하지만 변호사라는 역할에 사명감을 갖고 꾸준히 일한다면 걱정할 것은 없다고 봅니다.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돈을 버는 특권층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정의감과 함께 장기적으로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면 경제적으로도 안정될 것으로 봅니다. ▦김재식 법무법인 우현ㆍ지산 변호사 = 변호사 수가 7,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시장이 생기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변호사의 공공적 측면만 강조됐지만 시장이 형성돼 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리걸 프로페션(legal profession) 측면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변호사라는 전문직군은 도덕성도 있어야 하지만 의뢰인의 니즈(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서비스의 질도 제고시켜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변호사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생계를 걱정하는 변호사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서전교씨=아직 사회에 첫발을 내딛지 않아 뭐라 말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사법연수원 공부가 점점 힘들고 세분화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연수원에서 상위권 성적에 들어야 자신의 진로가 풀린다는 의식이 팽배합니다. 연수원 공부가 기존에는 판ㆍ검사 배출에 맞춰지다가 최근 들어서는 장차 변호사 생활에 도움을 주는 실무 과목들이 점점 추가되고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등 민사 부문 과목이 늘어나고 있고 증권거래법 과목도 생겼습니다. 내년부터는 시장개방 등에 대비해 영어 과목도 신설됩니다. ▦임 팀장 = 올 한해 법률시장 최대 이슈는 단연 로스쿨이 될 것 같은데 로스쿨 정원 등을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문 대표 변호사 = 로스쿨로 변호사 수가 많아져 국민들이 양질의 저렴한 법률서비스를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환상에 불과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법률 시장은 가격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구조입니다. 로스쿨에 따른 변호사 대량 배출이 경쟁을 촉발시켜 선진 법률시장을 만들 것이라는 논리는 재고의 여지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시장 규모를 감안해 변호사 수를 적절히 통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존에는 사시에 합격만 하면 나라에서 학비를 대줬지만 로스쿨은 개인이 학비를 내야 하는데 돈 없는 사람은 법조인 되기가 어려워 질 것입니다. ▦김 변호사 = 로스쿨이란 제도 개혁이 과연 국민과 법률시장에 좋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로스쿨로 변호사 양극화 구조가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변호사들의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텐데요. 그러면 변호사들이 살아 남기 위해 수임 가격 덤핑 등으로 형편 없는 법률서비스가 양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변호사는 학교 강의식이 아니라 경험으로, 도제식으로 길러지는 것인데 로스쿨이 이 같은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서전교씨 = 적지않은 문제점이 있겠지만 로스쿨로 가는 방향은 맞다고 봅니다. 사법연수원은 기본적으로 판ㆍ검사를 길러내는 기관입니다. 다양한 사회ㆍ경제 현상에 맞춰 전문변호사를 양성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로스쿨 도입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로스쿨 교수진들이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으로 채워질지는 의문입니다. ▦임 팀장 = 우리도 법률시장이 활성화하면서 단독 및 합동 변호사 개업보다는 로펌 중심 체제로 가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로펌의 전문화,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김 변호사 = 말씀드렸다시피 이제 법률서비스도 시장화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전문성과 일정 규모를 갖추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특히 시장개방이 되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로펌의 주 고객인 기업들은 이미고정 거래 로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신규 로펌이 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결국 전문성을 강화하고 덩치를 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문 대표 변호사 = 변호사들, 특히 로펌은 전문화가 필수적입니다. 변호사든 로펌이든 특정 분야의 사건 수임 경험이 많아야 전문화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관심이 있더라도 사건의뢰가 있고 경험이 있어야 전문 변호사나 전문 로펌이 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뚜렷한 전문 분야를 설정하고 꾸준히 해당 사건을 수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무법인을 이끄는 대표로서 실력과 함께 인맥 등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비즈니스 볼륨을 키워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변호사 연 1,000명 시대라고 해서 수임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냐 입니다. ▦임 팀장 = 사법개혁이 한창이라지만 아직도 일반 국민의 법조계 불신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문 대표 변호사 = 우리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정의롭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변호사 시장에 들어와서 시장이 혼탁하니까 변질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지요. 국민과 변호사 사이에 갭이 있는데 이는 선배 변호사들이 전관예우 등 잘못된 인식을 만들어 놓은 측면이 많습니다. 일례로 대법관을 하면 변호사 하지 말고 다른 길로 존경을 얻어야 하는데 변호사 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습니다. 전관예우는 국민 불신의 기초가 되고 있습니다. 시스템도 좋지만 깨끗한 풍토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법관은 양심과 법에 따라 판결해야 하는데 전관예우 관행이 있다 보면 이를 기대하기가 힘듭니다. ▦서전교씨 = 사법개혁 등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법관 보수를 현실화하는 등의 실질적인 처우 환경도 중요합니다. 법관이 본분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연수원의 교수님들이 월급으로 자녀 교육비 등을 대다 보면 생활하기가 버겁다는 말을 종종 하십니다. ▦임 팀장 = 끝으로 올 한해 개인적으로 소망하시는 것을 말씀해 주신다면. ▦문 대표 변호사 = 인생도 돌아보고 재충전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을 많이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일주일이 스케줄대로 가면 조금 쉴 텐데 급한 사건이 터지고 일이 쌓이다 보면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도 쉬지를 못합니다. 다른 자영업과 달리 본인이 모든 일을 해야 하는 숙명입니다. 변호사를 3D 업종에 빗대 3W 직업이라고 합니다. 법정 대기를 가리키는 웨이팅(waiting), 변론 서면 등을 작성하는 라이팅(writing), 법정과 의뢰인 등을 만나러 돌아다니는 워킹(walking)을 지칭하는 것이지요. ▦김 변호사 = 중국어 공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제 소속 로펌인 지산과 또 다른 전문 로펌인 우현이 최근 합병을 했는데 거대 시장인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글로벌화하는 추세에 맞춰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 진출의 성공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서전교씨 = 연수원 2년차로 올해 검찰 등 현직 경험을 해보는 시보 연수를 하면서 진로를 결정할 생각이다. 일단 시장 개방 등에 대비해 영어 공부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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