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한중일 바둑 영웅전] 일부러 허점을 보이다

제5보(50∼70)



이세돌은 중원을 키우지 않았다. 실전보의 백52로 한껏 슬라이딩. 내 집을 키우는 것보다 상대방의 집을 줄이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흑이 도무지 싸워 주지를 않으니까 교묘하게 도발을 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가랑이가 찢어지게 한껏 쳐들어가면 아무리 씨에허라도 화를 내지 않을 수 없겠지."(서봉수) 씨에허가 정말로 화를 냈다. 흑53으로 백대마 전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건 난투의 조짐이 보이는걸. 이세돌이 씨에허를 난투의 마당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어요."(윤현석) 한상훈은 실전보의 백52가 놓이기 전에 백이 참고도1의 백1로 상변을 지킨다면 흑은 2에서 8까지로 백을 분단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이세돌도 그 공격 수단을 읽지 않았을 리가 없다. 실전보의 백52는 흑이 그렇게 끊어올 경우를 대비하여 백대마의 안전을 미리 다져놓은 의미가 있었다. 백54의 응수를 본 씨에허는 10분 가까이 장고했다. 기세상으로는 참고도2의 흑1로 붙여야 마땅한데 백2의 응수가 상당히 까다롭다. 흑3으로 참아야 한다면 이것은 백4로 막혀 흑의 불만이다. 씨에허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본래의 자세로 얼른 돌아갔다. 흑55로 실속을 챙기며 기다린다. 백56은 일관성 있는 적진 부수기. 흑57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짠돌이 행마. 이세돌의 백60을 보고 서봉수가 또 흐흐흐 웃었다. "또 교묘하게 상대를 긁고 있어. 일부러 허점을 보이면서 공격을 유도하는 것이지."(서봉수) 정 그렇게 싸우기를 원하신다면 싸워 드리지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까. 씨에허가 61로 움직였고 거친 몸싸움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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