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토마 피케티의 교훈

저성장이 불평등 심화 원인…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 심해져

소득세 인상, 신흥국과 맞지 않아

투자확대·공교육·복지 강화로 성장률 높이는 것이 더 효과적


l391204201112121804250


파리경제대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론'이 출간되자 세계는 부와 소득의 불평등 논란에 휩싸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그의 방문을 계기로 소득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피케티의 예언과 정책제안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먼저 지금과 같이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 소득불평등이 더욱 심화된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인구감소로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것을 예언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고소득층에 최고 80%의 소득세를 부과하고 부의 세습을 막기 위해 높은 부유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금이 낮은 외국으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세정책에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도 외환위기 이후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중산층이 줄어들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또한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오는 2017년이면 15세부터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피케티의 예언과 같이 소득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교훈은 성장을 통해 소득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극단적인 케인지안으로 소득세를 높여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선진국에는 맞을지 몰라도 한국이나 중국 같은 신흥시장국에는 적합하지 않다. 선진국은 연금과 복지체제가 완비되어 저성장 국면이 지속돼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와 같이 아직 연금과 복지체제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은 나라가 세금을 높일 경우 투자가 위축되어 성장이 정체되고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늘어나면서 경제는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선진국 모형이며 그 정책제안 역시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다.

관련기사



실제로 피케티 모형은 기본 가정으로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은 경우를 설정하고 있다. 이 경우 고율의 소득세와 상속세로 자본수익률을 낮출 경우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낮아져 소득불평등 심화 과정이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모형에서 자본수익률은 그대로 두고 경제성장률을 높여도 소득불평등은 개선될 수 있다. 특히 신흥시장국은 경제성장률이 높으므로 피케티의 예언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피케티 또한 여기에 동의하면서도 신흥시장국 역시 미래에는 고령화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게 될 것이므로 자신의 예상이 맞게 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보면 부작용이 많은 소득세와 부유세 인상보다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더 좋은 해결책이다. 일자리를 늘려 중산층을 복원할 때 그리고 연금체제와 복지체제를 구축할 때 소득불평등은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고 미래 경제에 대한 밝은 비전을 제시해 기업투자가 늘어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극복할 수 있도록 출산율을 높이고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피케티의 세 번째 교훈은 교육을 통해 소득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교육을 확대해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높은 소득세와 조세정책의 국제공조는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지만 교육 확대는 실현 가능한 정책대안이다. 우리도 비정상적인 공교육을 정상화해 과도한 사교육 비용을 줄이고 교육을 통해 계층이동 사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저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 피케티의 주장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저성장이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주된 원인이므로 기업투자를 늘려 성장률을 높이고 교육을 중요시하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복지와 연금체제를 구축해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저성장으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피케티의 예언을 피하기 위해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 한국경제학회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