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몰린 중소기업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에 필수적인 공장, 기계설비까지 팔아치우고 있다. 또 높은 이자에도 불구하고 단기차입금을 도입하거나 다른 회사의 주식을 팔아 자금 융통에 숨통을 틔우려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흑자 도산을 지켜본 업체들이 최근 들어 유동성 확보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유동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생산시설까지 팔아치우는 것은 향후 성장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식료품 업체 마니커는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시 소재 공장을 계열사 마니커F&G에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매각금액은 110억원으로 회사는 처분목적을 ‘재무구조 개선 및 수익확대를 통한 경영실적 극대화’라고 밝혔다. 마니커는 올 상반기 37억원, 지난해 97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으며 6월에도 124억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단기차입하는 등 운영자금 확보에 힘써왔다. LCD 부품업체 비전하이테크는 생산설비를 계열사에 처분했다. 비전하이테크는 지난달 26일 계열사인 소주태강광전과기유한공사에 사출기 2대 및 기타 설비장치 2대를 6억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반도체 및 LCD 장비 제조업체인 참앤씨도 향후 물적 분할 예정인 철구사업부의 토지ㆍ건물 및 기계장치 일부를 처분했다고 이달 17일 밝혔다. 매각대금은 105억원. 이는 향후 분할 뒤 신설 예정인 참기계공업의 자산으로 편입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신설법인의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장사들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단기차입금 도입도 줄을 잇고 있다. 방송용 드라마 제작업체 클루넷은 9일 자기자본의 15.28%에 해당하는 15억원을 ‘금융기관 외의 자’로부터 차입한다고 밝혔다. 차입금의 구체적인 사용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클루넷의 누적 차입금 규모는 51억원으로 자기자본의 50%를 웃돈다. 신라수산도 지난달 30일 원료 구매 및 운영자금 용도로 50억원을 차입했다. 자기자본의 22.0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신라수산의 차입금 합계는 157억원에 달한다. 신세계건설ㆍ데코 등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기자본의 15% 이상을 도입한 업체다. 현금 확보를 위해 보유했던 다른 회사의 주식을 파는 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카엘은 17일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맥스테이트 주식 80만주를 40억원에 처분했고 미디어코프도 15일 105억원 상당의 JYP엔터테인먼트 주식 50만주를 펜타마이크로에 매도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업체들이 최근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유동성”이라며 “금리가 불안하고 대출이 잘 안 되는 등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됨에 따라 현금을 손에 쥐고 있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