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좌파 지식인 신영복(65)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최근 대학들의 자본의존적 풍토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신 교수는 2일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래 대학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을 넘어서는 사회비판적 담론의 산실이어야 하는데 한국의 대학들은 자본의 논리에 물들어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이어 "대학마저 `규모의 경제' 논리에 젖어들어 대형화에만 관심을 쏟고 산학협동 같은 기능 교육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대학 본연의 역할인 비판적.대안적 담론 제시에는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고려대와 동덕여대, 연세대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교내 갈등에 대해서도 "대학이 자본의 지배력 하에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학이 인성을 가꾸는 곳이 아닌 기능을 익히는 공간으로 변했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대학에는 교수만 있고 스승은 없다'는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며 "이런 사실을 간과하고 학교측과 학생들이 갈등을 빚는 것에 대해 학생들만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육군사관학교 경제학 교관으로 있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신 교수는 이후 20년을 복역한 뒤 1988년 가석방돼 이듬해부터 성공회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신 교수는 17년 간 몸담았던 교단을 떠나는 소회를 묻자 "출소 후 학생들 앞에 마주설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학교를 떠날 때가 됐다"며 "퇴직 후 새롭게 시작될 인생에 기대와 희망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진보적 학풍의 성공회대였기 때문에 좌파의 `색깔'이 확실한 나 같은 사람이 안정적으로 학문에 매진할 수 있었다"며 "학생들과 격의없이 어울렸던 것들이 가장 큰 추억이며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젊은 사람들과 소통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퇴임 후 성공회대측은 신 교수에게 석좌교수 등으로 학교에 계속 남아줄 것을 부탁하고 있지만 그의 향후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그는 퇴직 후 계획에 대해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 외에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하지만 돌아보면 그동안 `꼭 해야되는 일'이라는 `당위성'(當爲性)이 삶을 결정하는데 깊숙이 관여했던 만큼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해야할 일이 생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8일 오전 교내에서 `고별' 수업을 갖고 학생들과 작별인사를 나눌 계획이다.
고별 수업은 성공회대 이외 다른 학교 학생들이나 일반인들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벌써부터 강의 시간과 장소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 학교측 전언이다.
신 교수는 "마지막 수업에서 `사회는 우직한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 나아간다'는 교훈을 주고싶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에 자신을 잘 맞추는 영리한 사람이 있는 반면 우직하게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는 어리석은 사람도 있다"며 "어리석은 사람의 우직함 때문에 세상이 더 나아진다는 가르침을 전해 주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