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매일유업과 식약청의 오월동주


매일유업의 분유가 최근 중국에서 '아질산염' 검출로 퇴짜를 맞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이슈는 이내 쏙 들어가 버렸다. 이유는 아질산염에 대한 국내 기준이 없어 검출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매일유업의 주장이 먹혀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분유 제품의 안전성을 감독해야 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청마저 매일유업의 입장을 사실상 '비호'한 것도 적잖이 작용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리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내 기준의 유무'가 아니라 '과연 분유에서 아질산염이 나와도 영유아 건강에 아무런 해가 없는가'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6개월 된 영아가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아질산염의 최대 허용량을 0.55㎎으로 적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매일유업의 분유에서 검출한 아질산염의 양은 14.3ppm. 이를 ㎎로 환산하면 1.75㎎이나 된다. 영유아가 섭취 가능한 양의 3배가 나온 것이다. 매일유업과 식약청 입장에서 보면 이 이슈가 서둘러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안도할 지도 모르겠다. 매일유업으로서는 식중독균이 검출된 지 한 달도 안돼 이 문제까지 불거질 경우 사면초가에 몰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안전성 논란이 분분한 아질산염에 대한 기준조차 만들지 않은 식약청도 감독기능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래서일까. 매일유업과 식약청의 이번 사건 대응을 보면 동병상련마저 느껴진다. 매일유업은 해당 제품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자체 조사 결과 아질산염이 14.3ppm이 아닌 5.81ppm이 검출됐다고 해명했다. 분유 제품에 하자가 발견될 때마다 자신들이 검사하면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발뺌해 온 매일유업은 이번에도 같은 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설사 이 주장이 맞다 해도 5.81ppm역시 0.71㎎으로 허용치를 넘는다. 그런데 식약청은 이런 매일유업의 주장에 큰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매일유업의 뛰어난 대관(對管) 업무 능력 때문인지 아니면 도둑이 제발 저린 탓인지 식약청의 유순한 대응에 아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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