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피플 인 이슈] 브라질 경제 회생… 올림픽 유치… '룰라 열풍'

각국 언론 "위대한 지도자" 칭송… 리더십·뚝심 돋보여<br>좌파 대통령 불구 '우파적 처방' 도입 경제살리기 앞장<br>"올림픽 개최 성과 기대 이하땐 되레 역풍 불것" 우려도




1971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병원에서 턱수염이 덥수룩한 한 사나이가 비탄에 찬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임신 8개월째인 그의 아내는 병원비가 모자라 치료 한 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만삭의 아이와 함께 숨졌다. 싸늘하게 식은 아내의 주검을 부둥켜 안고 절규하던 그 사나이의 이름은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얼마 전 남미 최초로 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룰라는 2009년 10월 3일 덴마크 코펜하겐 IOC 총회에서 다시 한번 울었다. 그는 "오늘 나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올림픽 유치성공)을 받았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브라질의 올림픽 유치 이후 전세계에 '룰라 바람'이 불고 있다. 각국 언론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는 칭송을 받고 있으며, 이웃 아르헨티나에서는 룰라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놓고 대선을 실시할 경우 52% 대 45%로 룰라 대통령이 당선될 것이라는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룰라의 성공, 그 비결은 무엇일까. 브라질경제의 회생, 월드컵과 올림픽 유치 등을 이끌어낸 그의 리더십도 물론 중요한 요인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1억8,000만의 브라질 국민 모두의 이익을 대표하겠다는 지도자로서 룰루가 지닌 비전과 '뚝심'이었다. ◇올림픽 유치로, 전세계에'룰라 열풍'= 2016년 하계 올림픽을 리우데자네이루에 유치한 것과관련, CNN 방송은 "리우의 올림픽 유치는 룰라의 승리"라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룰라는 세계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됐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베이징올림픽이 강대국 중국의 부활을 알렸듯이, 리우 올림픽은 브라질의 때가 무르익었음을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브라질 현지언론들의 룰라에 대한 평가는 더욱 대단하다. 리우 데 자네이루 시에서 발행되는 일간 오 디아(O Dia)는 11일(이하 현지시간) "2014년 월드컵 축구대회 및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 하계올림픽 유치 등이 룰라 대통령을 브라질 역사상 최고의 정치인으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은 '룰라 열풍'을 발판으로 국제 정치 및 경제 질서 재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한껏 높이는 등 전세계에 '삼바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룰라 대통령은 올림픽 유치 성공 직후인 지난 4일 벨기에 수도 브뤼셀을 방문해 에르만 반 롬푸이 벨기에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개도국(브라질)이 포함돼야 한다"며 유엔 개혁을 촉구했다. 같은 날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는 "올림픽 개최로 브라질 경제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개도국(브라질)의 IMF 출자할당액(쿼터) 확대를 요구했다. ◇'룰라노믹스', 브라질경제 살려= 지금은 이처럼 전세계에 룰라 열풍이 불고 있지만, 지난 2002년 룰라가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만해도 글로벌 시장의 그에 대한 시선은 싸늘했다. 당시 브라질 역사상 처음으로 하층노동자 출신으로 금속노조위원장이었던 룰라가 좌파대통령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불안감을 느낀 해외자본이 대거 이탈해 브라질의 환율은 큰 폭으로 뛰었다. 룰라는 이때 '우파적 처방'을 썼다. 그는 부통령으로 우파 인사를 영입하고 브라질의 모든 대외관련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약속하며, 해외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로 인한 경제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그는 오히려 전임 우파 정부의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룰라의 전통적 지지층은 '개혁의 배신자'라고 비난을 퍼부었지만 룰라는 흔들림이 없었다. "사람들은 내가 대통령이 되더니 노동운동가 시절과 달라졌다고 비난하는데 당연하지 않나. 과거의 노조지도자 룰라는 노동자를 대변했지만, 지금의 대통령 룰라는 1억8,000만 브라질 국민 전체를 대변한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그에게는 이념보다 국민들이 일단 먹고 살게 하는 것이 급선무였던 것이다. 룰라의 실용주의 노선은 글로벌 금융위기때 더욱 빛을 발해, 올해 브라질 경제는 지난 2ㆍ4분기 GDP 성장률 1.9%를 기록하며 경제위기를 넘어 반등을 시작했다. 금융기관 메릴린치는 내년 브라질 경제가 5.3%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브라질의 외국자본 유입액이 347억달러였으나 올해에는 21% 늘어난 427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외자가 몰려들고 있다. 지난 1일 현재 브라질의 외환보유액은 2,241억9,4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런 '룰라노믹스'의 성과를 높이 사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는 후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올림픽 유치로 브라질은 떠오르는(emerging) 경제가 아니라 이미 떠오른(emerged) 나라가 됐다"고 논평했다. ◇올림픽과 높은 인기, 룰라에 '역풍'될 수도= 룰라 전성시대를 열어준 리우 올림픽이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브라질 국민들이 룰라와 올림픽에 거는 지나친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실망이 클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라질이 올림픽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상파울루 대학 경영연구소는 올림픽 개최로 2027년까지 511억달러의 경제 유발 효과가 발생하고, 일자리 창출 규모는 2016년까지 12만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위크는 "브라질이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111억달러 가량 투자를 늘리면서 경제적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올림픽 개최를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는 임금과 물가를 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경기가 열리는 도시에만 자금이 몰리면서 다른 도시와의 격차가 벌어져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질 가능성도 크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경제에) 올림픽은, 위험은 높지만 보상은 적은 행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룰라에 대한 브라질 국민들의 인기도 내년 대통령 임기만료를 앞둔 룰라에겐 진퇴양난의 고민을 안겨줄 수도 있다. 룰라는 대통령 임기 7년이 지난 현상황에서도 여전히 80% 안팎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이유로 일각에서는 헌법을 고쳐 인기 높은 룰라에게 3선 대통령의 예외를 적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룰라 열풍에 힘입은 브라질의 '삼바 파워'에 대한 선진국 등의 비판 역시 극복해야 할 난제이다. 선진국들은 브라질의 룰라 정부가 북한과 스리랑카, 콩고 등 독재국가의 인권탄압은 외면하면서 언론을 탄압하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옹호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브라질이 강대국이 되기 위해선 (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까지 반드시 외교노선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약력 ▲1945년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주(州)에서 출생 ▲1957년 구두닦이 시작 ▲1959년 금속공장에 취직 ▲1966년 노조에 가입 ▲1975년 브라질 철강노조 위원장 당선 ▲1980년 노동자당 결성 ▲1986년 연방 하원 진출 ▲1989년, 94년, 98년 대선 출마 ▲2002년 브라질 34대 대통령 당선 ▲2006년 브라질 35대 대통령 재선 ▲2009년 2016년 올림픽 유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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