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2월 5일] 외과의사 부족, 더이상 안된다


비발디의 사계가 장엄하게 흐르는 수술실, 수술용 루페 안경 너머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젊은 의사, 수많은 스태프들 사이에 둘러싸인 의사의 표정에는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와 자신이 외과의사라는 은근한 자부심이 넘쳐난다. 얼마 전 장안의 화제였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 속에서의 외과의사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선망의 대상이다. 화제를 현실로 돌려보자. 과연 현실에서도 외과의사가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외과ㆍ흉부외과 등의 전문과목은 의사들 사이에서 지원기피 분야로 전락한 지 이미 오래다. 의대에 합격해 전공의 과정을 거쳐 어렵게 전문의가 된다 해도 고가의 의료장비 때문에 개원하기가 힘들 뿐더러 시설이 제법 갖춰진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것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수술행위가 주를 이루는 외과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 힘들고 고달픈 것이 사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과·흉부외과 전공의를 확보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돼버렸다. 최근 외과ㆍ흉부외과 전공의 확보율은 정원 대비 각각 55.8%, 26.3%에 불과해 피부과ㆍ성형외과의 높은 확보율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러다 보니 인구 10만명당 흉부외과 전문의는 2명에 불과해 내과(21.7명)나 산부인과(12.1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계속 이렇게 나간다면 머지않아 중국·동남아 등 외국에서 들어온 말도 안 통하는 의사들에게 우리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물론 이러한 현실은 최근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ㆍ고령화나 국민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의료수요 이동 등 경제·사회적 환경변화가 근본적인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한 정부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모든 진료과목이 그렇겠지만 특히 외과ㆍ흉부외과는 환자의 생명을 직접 다루는 분야이다. 이들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곧 국민의 건강권이 위협 받고 있다는 얘기다. 외과ㆍ흉부외과 의사부족 문제를 단순하게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외과 및 흉부외과 계열의 전공의와 전문의 수급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진료환경 개선, 의료 인프라 확충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 의사가 자부심을 가지고 환자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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