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LG카드 매각과 경영권 프리미엄

LG카드의 새 주인을 찾는 입찰이 마무리됐지만 금융ㆍ증권가에서는 ‘신한지주가 LG카드를 비싸게 샀다’는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내다팔면서 신한지주 주가가 급락하자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입찰이 진행된 과정의 LG카드 주가를 돌아보면 이런 논란이 생길 법하다는 생각도 든다. 시계를 입찰공고 당시로 돌려보자. 지난 3월27일 산업은행이 입찰공고를 실시한 날 LG카드 주가는 5만3,400원 수준. 이 당시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이 제시한 LG카드의 적정 인수가격은 주당 5만원대가 주류를 이뤘다. 6만1,000원을 주장한 애널리스트가 있었지만 ‘돈키호테’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10일 입찰제안서를 마감한 날 LG카드의 주가는 5만900원. 이 기간 동안 코스피지수가 30포인트가량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LG카드’ 주가는 시장평균수익률(마켓퍼폼)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입찰결과가 알려지면서 LG카드 주가는 사흘 동안 20% 가까운 수준이 올라 6만원 선을 넘어섰다. 인수가액이 6만8,000원대까지 치솟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덕분이다. 특히 이번 입찰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다른 딜의 경우보다 높아질 수 있는 요인이 산재했다. 한 푼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 경쟁 금융기관이 매각 주체들이었다는 점부터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공개매수 의무화’ 등은 인수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입찰가격은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에서 형성됐다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인수합병(M&A) 딜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평가는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 인수 주체들이 내재 가치만큼 중요한 척도로 ‘미래 가치’를 봤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때 베팅했던 인수가격도 시세에 비해 20%에 가까운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국민은행은 프리미엄을 지불함으로써 당분간 아무도 쫓아올 수 없는 ‘부동의 1위’ 지위를 확보했고 해외진출전략도 본격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신한지주도 마찬가지. 이미 10년 전부터 ‘리테일 1위’ 비전을 갖고 있었던 목표에 한발짝 더 다가섰기 때문이다. 매수 측에서는 나름대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내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결국 고가인수 여부는 향후 국민이나 신한이 이들 피인수 금융기관을 합병하거나 그룹사의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얼마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국민이나 신한의 양대 수장들이 M&A 효과 극대화를 위한 ‘구조조정 플랜’이 없다고 밝히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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