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드컵과 우리 경제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이제 보름도 남지 않았다. 우리 대표팀이 홈그라운드에서 선전하여 사상 최초의 승리와 16강 진출을 달성하기를 온 국민이 염원하고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답답한 뉴스만 접하던 모두의 가슴에 얼마나 큰 기쁨이 될 것인가. 사실 축구만큼 환희와 열정, 경쟁과 페어플레이라는 스포츠만의 원초적인 매력을 많이 지니고 있는 스포츠가 없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과 선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목숨'을 걸고 있다. 축구 때문에 자살을 하는 경우는 아주 흔하고 심지어는 국가간에 전쟁도 했으니 말이다. 세계축구연맹 FIFA의 회원국은 198개국이나 되고 월드컵을 TV로 시청하는 숫자는 연 400억 명이나 된다고 한다. 승리와 멋진 플레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자부심과 기쁨 이외에도 월드컵이 선사해 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자꾸 계산해보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월드컵 개최로 인해서 우리 경제에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5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의 국내 총생산이 500조원이 조금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드컵 개최로 인해 1% 포인트 정도의 추가적인 성장 요인이 발생하는 셈이다. 당장 소비 지출과 관광 수입의 증가가 기다리고 있다. 고용 창출 효과도 30만 명 정도 예상된다. '경제는 심리(心理)다'라는 말이 있듯이 월드컵 분위기는 경기 회복과 주가의 꾸준한 상승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산업 측면에서 보면 월드컵의 긍정적인 효과는 건설, 광고, 스포츠 관련 산업에서 시작해 가전, 인터넷, 레저, 건강 산업으로 번져나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산돼 개최되는 월드컵은 지역 경제의 경기 회복과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된다. 더욱이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국가 이미지의 개선이 이루어지면 외국인의 직접투자나 수출 증가와 같이 '한국 경제의 격(格)'을 한 단계 올리는 작용을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지난 98년 월드컵 개최국이었던 프랑스는 월드컵 개최를 전후해 외국인의 직접 투자가 98년 295억 달러에서 99년 391억 달러로 무려 32% 증가했다. 지난 94년 월드컵을 개최한 미국도 1년 사이에 30% 이상의 외국인 직접 투자 증가를 경험했다. 경기 상황과 산업 분포와 같은 순수한 경제적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월드컵을 통한 국가 이미지의 상승과 개별 기업의 광고 효과가 작용하였음을 부인할 수 없다. 월드컵은 증시에도 아주 좋은 호재를 제공한다. 지난 20년 동안의 경험을 살펴보면 월드컵 개최 이전 1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지난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에는 주가가 한달 동안 7%나 상승했고 98년 프랑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월드컵이 끝난 다음의 주가는 당시 해당 국가의 실물 경기에 좌우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86년 멕시코는 월드컵 이후 8년 동안 주가가 대세 상승기로 접어들었고 미국과 프랑스도 단기간의 조정 기간을 경험하고는 바로 주가가 상승하였다. 예외는 지난 90년의 이탈리아인데, 워낙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서 월드컵 이후에 주가가 하락세로 반전됐다고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경기 회복세에 진입했고 그 동안 경기 하락을 방지하던 민간 소비뿐만 아니라 수출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 증시도 이탈리아의 사례보다는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처럼 월드컵 종료 이후에도 상승하리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월드컵은 국가 경제에 수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효과 뿐 아니라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도 선사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국가 이미지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이다. 글로벌 경쟁 속에 처해 있는 기업에게 월드컵은 결코 놓칠 수 없는 소중한 기회이다. 이미 많은 다국적 거대 기업들은 월드컵과 관련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어떤 것으로 설정하느냐 하는 문제와 자사 제품의 인지도 및 가격 전략에 따라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을 구사해야 된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국가 이미지 개선 전략도 비슷한 맥락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어떤 이미지를 핵심으로 삼을 것인가 하는 점이 요체이다. 지난 82년 월드컵을 개최한 스페인의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월드컵을 개최하기 이전의 스페인은 뛰어난 문화 유산과 전통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독재의 후유증으로 인한 정치적인 혼란과 유럽에서의 2류 국가라는 위상 추락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페인은 월드컵을 계기로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해 세계 3위의 관ㅄ諭뮌막?부상하면서 이후 10년 동안 국민총생산이 2.5배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 경험으로 인해 이후의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최, 세빌리아 엑스포 개최에도 성공하게 된다. 유럽의 변방에서 유럽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월드컵도 이와 유사한 모멘텀을 마련해 줄 것이다. 특히 세계 경제에서 동북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으며 만성적인 불황에 빠져 있는 일본에 비하여 한국 경제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우리 경제가 21세기 동북아 경제의 중심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생각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국제 행사를 개최하였던 경험은 앞으로 두 나라의 경제 협력 증진 과정에서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조홍래<동원증권 리서치센터 이사>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