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합시론] '편안히 빨리 죽고 싶다'는 노인들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이 지난해 11월1일 기준, 전국에 961명으로 2000년에 비해 2.9% 증가했다는 통계청의 발표다. 평균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100세 이상 노인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00년을 사는 것은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보통 사람은 꿈도 꾸지 못하는 축복이다. 그러나 이제는 반드시 축복 받은 일이라고만도 할 수 없어 보인다. 이들 100세 이상 노인들의고백을 들어보면 경우에 따라서는 오래 사는 게 오히려 재앙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노인들에게 소망사항에 대해 물은 결과 `편안히 빨리 죽는 것`이라는 응답이23.8%로 가장 많았다는 보도다. 100세를 넘겼으니 그럴만도 하겠다고 생각할 수도있겠다. 그러나 그건 100세까지 살아보지 못한 우리 `젊은`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일뿐이다. 사는 게 너무 힘들지만 않다면야 80세나 90세는 물론이고 100세를 넘겼다고해서 왜 빨리 죽고 싶을까. 요는 삶의 질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노인들에게 결례되는 표현이지만, 흔한 말로 주위에서 `산 송장` 취급을 하니 별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100세를 넘겼으니 이런 저런 병이 깊어져서 삶의 의욕을 잃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추측인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이 없는 노인이 무려 44.6%에 달했다. 100세를 넘기고도 여전히 건강한 노인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편안히 빨리 죽고 싶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이들로부터 삶의 의욕을 빼앗아가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자식들에게 주는 부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건강해도 수발은 받아야할 처지인데,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노인을 전담 수발할만한 가정이 흔치 않을 터이니 노인들로서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만 더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 사정이 그러니 100세 이상 노인을 제대로 모시기 위한 해답도 뻔하게 나와있는셈이다. 국가가 완벽하게 책임져야 한다. 빨리 죽고 싶다는 노인들이 어디 100세 이상 뿐일까. 90세, 80세, 심지어 60-70대만 되어도 하루 하루를 넘기는 게 고역이어서 편안하게 죽는 방법만 있다면 빨리 죽고 싶다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들을 부양할 자식들은 50대만 되어도 흔히 일터에서 밀려나는 게 또 오늘의 현실이기도 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났다고, 100세 이상 노인이 늘어났다고 자랑하거나 좋아하기만 할 일이 아니다. 책임있고 믿음직한 국가라면 당장 노인 복지대책을 완벽하게 세워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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