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감독 경질 여론과 현실론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본프레레호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연이어 고배를 마신 다음날인 18일 축구협회는극도로 침통한 분위기 속에 몇몇 간부들을 중심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여론은 본프레레 감독에게 내년 독일월드컵 본선을 맡길 수 없다는 쪽으로급격히 기울고 있는 양상이다.
축구협회는 그러나 동아시아대회에서 최하위를 한 직후와 마찬가지로 '현실적인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감독 경질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기본 스탠스를 바꾸지 않고있다.
내년 6월 독일월드컵 본선 개막까지 채 10개월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로 한국축구 사령탑 교체가 이뤄질 것인 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축구협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감독 교체를 위한 시장 여건이최악의 상황은 아니다"며 감독 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시장 여건이 나쁘지 않다는 뜻은 다른 외국인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전제할때 2005-2006 유럽 프로리그 시즌이 막 시작된 지금이 시즌 개막 후 3개월 이상이지났을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통상 감독 교체의 '최적기'로는 월드컵과 유럽선수권대회 등 빅 이벤트가 끝난직후가 꼽힌다.
하지만 이 순간을 이미 놓쳐버린 상황에서는 그래도 일부 실력있는 감독들이 '프리 상태'로 남아있는 지금이 그나마 '차선의 시기'는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했던 2000년 11월이 감독 교체시기로는 여건이가장 나쁜 때였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다른 제약 조건 때문에 (감독) 교체를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다른 제약 조건 중 가장 주된 부분으로 '물리적인 시간의 제약'을들고 있다.
작년 4월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을 경질하고 본프레레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정확히 두 달의 시간이 걸렸다.
물론 도중에 브뤼노 메추 감독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 놓고도 돈 문제로 혼선을 빚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외국인 사령탑 선임 절차가 아무리 빨라도 한두달의시간은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사령탑 교체 작업에 착수하더라도 내년초 유럽 전지훈련으로 본격적인 월드컵 체제에 돌입하기 전까지 선수 파악과 평가전을 치르는데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고 협회는 보고 있다.
물론 국내파 사령탑을 영입하거나 한국축구에 대한 파악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는 감독을 영입한다면 시간 제약의 문제를 돌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현재 팬들의 여론이 단순히 감독 교체만으로 진정될 수 있느냐에도 고민이 남아있다.
감독 경질은 거의 필연적으로 협회 기술위원회의 사퇴 등 상당한 후폭풍을 낳을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감독 경질의 모양새를 코엘류 때와 마찬가지로 '자진 사임' 방식으로 하더라도협회 내부에서 누군가 책임질 사람이 반드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